[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김경남 “선수 모두가 경륜 홍보대사… 후배들아, 자부심을 가져라”

입력 2014-10-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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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륜선수회 부회장 김경남

실업선수 시절 낙차로 조기은퇴
코치 활동하다 경륜선수로 복귀
“은퇴? 팬들이 알아주는 한 최선”

그는 피를 보면 열정이 솟는 사람이다. 중학교시절 또래보다 큰 덩치 덕분에 시작한 유도. 훈련만 가면 선배들이 때렸다. 이유 없이 맞아도 항변할 수 없던, 구타가 일상이던 시절이었다. 그날도 훈련태도를 트집 잡아 선배가 손찌검을 했다. 손바닥이 뺨을 지나가자, 뚝뚝 코피가 매트에 떨어졌다. 가슴에 폭풍이 일었다. 잠시 후 메다꽂은 선배 위에서 조르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가 유도부를 나온 후 구타가 사라졌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얼마 후 자전거를 공짜로 준다는 얘기에 사이클부에 가입했다. ‘그 난리를 겪고도 또 운동이냐’고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사이클을 시작한지 보름만에 낙차를 했다. 온 몸이 피로 물들었다. 그 피가 의욕에 불을 붙였다. 모두가 사이클을 그만둘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다친 다리가 채 낫기도 전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그렇게 시작된 페달인생, 강산이 세 번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자전거 위에 앉아있다. 그는 베테랑 경륜선수 김경남(46)이다.


- 아마 시절은 어땠나.

“유난히 부상이 잦았다. 서울체고 1학년때 전국체전을 1주일 앞두고 도로 훈련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팔과 갈비뼈가 부러질 만큼 큰 부상이었고 1년을 쉬어야 했다. 그렇게 사이클을 반대하던 아버지가 막상 내가 다쳐 쉬게 되자 재활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다. 그 도움으로 이듬해 운동을 재개했고, 3학년때 3km 개인추발 아시아주니어신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을 6초나 앞당겨 한바퀴를 덜 탔다는 오해를 받았다.”


- 코치를 하다 경륜선수로 전향했다.

“속초시청 실업선수 시절 훈련 중 낙차를 했다. 그 사고로 안면신경 마비 증상이 생겼고 결국 조기은퇴를 했다. 덕상중, 서울체고에서 코치로 활동할 때 경륜이 출범했다. 많은 동료들이 대거 프로무대로 갔고, 그들이 뛰는 걸 보자 승부욕이 깨어났다. 현역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던 때라 경륜 교관을 하던 한체대 선배의 권유를 받고 선수 복귀를 결심했다.”


- 경륜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한창 연애 중이던 지금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당시 내 몸무게가 95kg쯤 나갔는데, 괜히 욕심을 부리다 다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됐던 것 같다. 아내를 설득해 몸만들기를 시작했고, 1995년 3기 후보생이 됐다.”


-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를 들려 달라.

“속초시청 코치 시절 양양여고 사이클 선수였던 아내를 알게 됐다. 아내가 성인이 된 후 5개월간 열렬히 구애해 연애를 시작했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처가가 강원도 양양 물치항에서 횟집(꼭지네)을 하는 덕분에 해물매운탕을 가장 좋아하게 됐다.”


- 19년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는.

“데뷔 첫해였던 1996년 제1회 공단이사장배다. 빅매치 첫 우승(선발급)이라 감격이 컸다. 2000년 모범선수상, 2011년 공로상, 2003년 우수경기인상을 수상했다”


- 현재 한국경륜선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선수회는 경륜선수들의 복지를 위해 1998년 결성된 사단법인이다. 선배로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원을 맡게 됐다.”


- 9월 27일 열린 ‘경륜 전설들의 대결’ 이벤트 경주에 참여했다.

“노장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레이스를 펼쳐 의미 있었다. 7명 중 6등에 그쳤지만 성적과 상관없이 무척 즐거웠다. 돌아보니 함께 데뷔했던 47명의 동기 중 단 7명만 현역에 남아있다. 경륜은 몸 관리를 잘해 성적만 잘 내면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세월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 선수로서 목표와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은퇴 시점을 2∼3년쯤 후로 잡고 있다. 단 한명의 팬이라도 알아준다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후배들이 경륜선수로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비인기 종목에다 베팅스포츠의 편견이 있지만, 자전거 동호인이 늘고 있는 만큼 선수들 모두가 ‘경륜 홍보대사’라는 각오를 새기기를 바란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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