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강정호, 야구 IQ 높은 유격수 계보 잇다

입력 2014-10-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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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강정호(왼쪽)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6회 무사 1·2루서 넥센 이성열의 적시타 때 홈으로 파고들다가 LG 포수 최경철과 충돌하고 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6회말 선두타자 진루에 절묘한 홈 슬라이딩
합의판정서도 모두 승리…역전 발판 만들어

시즌 40홈런, 117타점, 장타율 0.739라는 괴력을 보여준 넥센 강정호(27)는 재치 있는 게임메이커 역할을 했던 전설적인 선배 유격수들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김재박 전 LG 감독, 류중일 삼성 감독, 이종범 전 한화 코치, 유지현 LG 코치 등은 모두 뛰어난 타격도 있었지만 영리한 플레이와 빠른 발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유격수들이었다.

한국프로야구 유격수의 새로운 시대를 연 강정호는 27일 목동에서 열린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국보급 유격수 선배들처럼 재치 넘치는 날렵한 주루로 넥센의 극적인 역전극을 이끌었다.

1-3으로 뒤진 6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강정호는 투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던 LG 선발 우규민은 오른쪽 발 등에 타구를 맞고 쓰러졌다. 순간 포수 최경철이 튀어나온 공을 1루로 송구했다. 강정호는 전력 질주 했지만 최초 판정은 아웃. 염경엽 감독이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했고 세이프로 정정됐다. 중계방송 화면상으로도 완벽한 세이프였다. 이어진 무사 1·2루 이성열의 우전 안타 때 강정호는 홈까지 쇄도했다. 포수 최경철과 충돌하며 슬라이딩했고 세이프 판정이 나왔다.

LG 양상문 감독은 즉시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중계방송은 강정호가 홈을 지키고 있는 최경철의 양 다리 사이로 왼쪽 팔을 집어넣으며 블로킹을 피해 절묘하게 홈 플레이트를 손으로 찍는 장면을 잡아냈다. 심판합의판정의 결과도 역시 세이프였다. 전성기 이종범 전 한화코치가 종종 보여줬던 홈 슬라이딩이 떠오르는 재치 만점 활약이었다.

득점 후 최경철의 다리에 머리를 부딪친 강정호는 잠시 고통스러워했지만 교체 없이 다음 이닝 수비를 소화했다. 강정호는 시즌 3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리그 정상급 주력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야구 IQ가 높은 유격수 DNA는 큰 경기에서 빛났다. 넥센의 6회 대역전은 이어진 찬스에서 대타 윤석민의 3점 홈런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보다 앞서 경기 흐름을 발로 완전히 뒤바꾼 활약이었다.

목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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