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앞둔 학성여고 양궁부 ‘눈물의 금메달’

입력 2014-11-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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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학성여고 양궁부는 팀 해체가 결정된 상황에서 제95회 전국체전에 참가해 여고부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경, 김민정 코치, 강채영, 김연주, 이승용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여자고등부 단체전 인천 꺾고 우승
김민정 코치 “기쁘지만 눈물이 난다”


2일 제주 성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 양궁 여자고등부 단체전 결승. 울산대표 학성여고는 인천선발을 세트점수 6-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승리가 확정되자 학성여고 김민정 코치는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의미도 포함돼 있었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졸업반인 강채영, 김민경, 김연주 등도 사대 밖으로 나와 함께 울었다. 모두들 복잡한 감정이었다.

학성여고 양궁부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해체된다. 올해 울산 스포츠과학고가 개교하면서, 교육청에서 정책적으로 스포츠과학고에 양궁부를 집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양궁부를 보유한 중학교는 월평중뿐이다. 월평중 졸업반 선수 3명 모두 스포츠과학고로 진학할 예정이다.

1989년 창단한 학성여고 양궁부는 현재 여고부 최강으로 꼽힌다. 에이스 강채영은 지난달 16일 끝난 2015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옥희(예천군청·2위), 2012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광주광역시청·3위)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대형 유망주다. 김민경와 김연주도 현재 대학 진학이 결정된 선수들이다. 학성여고 이승용 감독은 “실내훈련장을 짓는 등 학교에서도 많은 지원을 했다. 25년 역사 속에 양궁 명문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너무나 아쉬운 결정이다. 대회 때마다 학성여고 출신의 대학·일반부 선배들이 응원을 보내줬는데, 이제 3명의 졸업생들에겐 그럴 후배들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선수와 코치, 감독은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야 마음을 진정시키고 환하게 웃었다. 김 코치는 “기뻤지만, 한편으로 섭섭해서 눈물이 나왔다. 학성여고 양궁부 역사의 마지막 대회라서 선수들의 부담이 더 컸을 것이다. 잘해준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학성여고 양궁부가 있었단 사실을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제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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