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강정호, 한방이면 충분했다

입력 2014-11-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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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강정호가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2-2로 맞선 8회 무사 1루서 승부를 결정짓는 좌중월 2점홈런을 친 뒤 두 검지를 하늘로 들어올리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대구|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KS 1차전 결승 2점포…넥센, 적지서 먼저 1승

8회초 2-2 균형 깬 홈런으로 데일리 MVP
PO 5할 맹타…넥센 KS행 이끈 가을사나이
해외진출보다 절박한 첫 KS 우승에 한걸음

넥센 강정호(27)에게 대구는 너무 좁았다. 아니, 이제는 한국 무대가 좁은 듯하다. 자신을 낳고 기른 팀에서 함께 하게 될, 어쩌면 마지막 가을 잔치. 그 모든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장식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강정호가 다시 넥센의 가을잔치에 폭죽을 터트렸다. 벌써 포스트시즌 3연속경기 홈런. 올 가을 그 누구도 강정호의 방망이를 막을 자가 없어 보인다. 강정호는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2로 맞선 8회초 무사 1루 볼카운트 3B-1S서 삼성 두 번째 투수 차우찬의 바깥쪽 슬라이더(133km)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결승 2점홈런을 때려냈다. 한국시리즈 1호이자 포스트시즌 3호 홈런. 넥센에 귀중한 첫 판 승리를 안기는 대포였다. 강정호는 이 홈런으로 1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강정호는 이미 플레이오프(PO)부터 팀 내 최고 영웅이자 구세주였다. LG와의 PO 1차전에서 6회말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1루와 홈에서 연이어 심판합의판정에 의한 세이프를 이끌어냈다. 기싸움에서 LG를 누른 강정호 덕에 넥센은 경기의 흐름을 가져왔다. 3차전부터는 타격에서 더 펄펄 날았다. 2회초 비거리 130m짜리 중월 결승 솔로포로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4차전에서는 7회초 승리에 쐐기를 박는 좌월 2점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데일리 MVP는 세 번 모두 다른 선수들에게 양보했지만, PO 전체의 MVP는 타율 0.533(15타수 8안타) 2홈런 4타점 5득점을 기록한 강정호의 몫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날아올랐다. 그것도 팀이 그의 한 방을 꼭 필요로 했던, 바로 그 순간에 말이다.

강정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프로 7년을 꽉 채워 구단의 동의 아래 해외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게다가 강정호는 올해 역대 유격수 가운데 최초로 4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다. 넥센은 히어로즈의 태동을 함께 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 유격수로 성장해준 강정호의 꿈을 막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강정호는 아직 미래를 보지 않는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더 절박하고 간절한 당면과제가 있다.

해외진출에 대한 질문이 나와도 늘 “아직은 넥센 선수이기에 지금 팀과 함께 하는 이 순간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답한다.

그리고 강정호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넥센은 강정호의 홈런 한 방과 함께 ‘창단 첫 우승’이라는 원대한 목표에 한 발짝 먼저 다가섰다. 멀게만 보였던 꿈이 성큼 눈앞으로 다가왔다. 넥센의 꿈이자, 바로 강정호의 꿈이기도 하다.


● 넥센 강정호=1차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이기고 가니까 앞으로 부담감이 좀 줄어들 것 같다. 양 팀 에이스들끼리의 승부에서 우리가 이겼다는 데에 의미도 있다. 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작년 포스트시즌과 올해는 느낌이 다르다. 작년에는 컨디션부터 썩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매 타석 좀 더 집중력이 생긴 게 홈런이 나온 비결인 것 같다.


대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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