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넥센…그대들도 영웅이다

입력 2014-11-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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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덕아웃. 11일 잠실 한국시리즈 6차전 7회초 1-10으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넥센 덕아웃은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넥센은 창단 7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창단 7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 좌절
5차전 통한의 끝내기 패…6차전까지 영향
염경엽감독의 우승 야망 결국 다음 기회로

울지마! 넥센 히어로즈. 그대들은 졌지만 영웅이었다.

‘영웅 군단’ 넥센의 첫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결과는 준우승. 창단 7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플레이오프(PO)에서 승리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넥센은 창단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처음으로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1위 삼성과는 불과 0.5게임 차. 이뿐만 아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이나 배출했다. 7년 만의 20승 투수 앤디 밴 헤켄, 11년 만의 50홈런 타자 박병호, 역대 최초의 200안타 타자 서건창, 유격수 최초로 40홈런-100타점의 고지를 밟은 강정호였다. 수많은 ‘역대급’ 기록이 넥센에서 쏟아졌다. 그야말로 잔칫집이 따로 없었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올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이 정도 멤버로 정규시즌 우승을 못한 게 오히려 아쉬울 정도로 모두 잘했다. 한국시리즈에서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 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본 넥센은 두 번째 가을잔치를 맞아 확실히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정규시즌 3위가 확정돼 준PO부터 가을잔치를 시작해야 했다. 첫 상대는 포스트시즌 베테랑인 정규시즌 4위 두산. 결국 2승3패로 패해 아쉽게도 첫 관문부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올해 포스트시즌은 출발부터 달랐다. PO에 선착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밟았고, 준PO에서 NC를 꺾고 올라온 LG를 맞아 3승1패로 가볍게 시리즈를 끝냈다. 선수들은 모두 “첫 해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 그냥 즐기자’는 마음이었다면, 이번 포스트시즌은 ‘꼭 우승하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나선다”고 입을 모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부터 줄곧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첫 한국시리즈의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넥센은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홈팀 삼성을 꺾고 1승을 거뒀다. 2차전은 아쉽게 졌지만, 적지에서 1승 1패를 거뒀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목동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는 9회초 박한이에게 역전 2점포를 맞고 아쉽게 패했지만, 바로 다음날 에이스 밴 헤켄의 호투를 앞세워 4차전을 잡았다. 그러나 2승2패로 시작한 잠실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5차전에서 9회말 최형우에게 통한의 끝내기 역전 2루타를 맞았다. 다 잡았던 경기를 눈앞에서 놓쳤다. 그 여파는 6차전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2승 4패. 끝까지 끈질겼던 넥센의 첫 한국시리즈는 그렇게 끝이 났다. 긴 여정을 잘 버텨왔기에 더 아쉬운 준우승이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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