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윤석민…ML은 냉정했다

입력 2014-11-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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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에이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성대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러나 미국 구단이 제시한 이적료는 기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을 통해 ‘한국 최고는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공식이 만들어졌지만 김광현을 최고로 인정하지 않은 빅리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스포츠동아DB

■ ML 구단들이 도대체 얼마를 써냈기에…

최고 입찰액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낮아
ML 선발로 보지 않는 냉정한 시선 확인
맹목적 꿈보다 선수 역량 키우는 게 중요
구단도 이적료에 눈 멀어 현실 직시 못해

도대체 ‘김광현의 입찰액’이 얼마이기에 공식 발표조차 못하나.

11일 아침, SK야구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한 통의 e메일을 받았다. 기대 반 걱정 반 속에 기다렸던 에이스 김광현(26)의 최고 입찰액이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에서 날아온 것이다. 이미 10월29일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개 선언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을 정도로 김광현과 SK는 미국행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SK는 “최고 입찰액 발표를 바로 못 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SK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이 액수만 받고 보내주자니”…SK와 김광현 당혹

SK는 최고 입찰액을 확인한 오전 10시 무렵부터 곧바로 프런트 실무진 전체회의에 돌입했다. 회의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SK의 발표가 늦어지자 ‘입찰액이 기대치를 밑도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흘러나왔다. SK 핵심 관계자는 “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SK는 오전 11시 입찰액을 발표하려 했으나 김광현이 “생각할 시간을 조금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발표를 못하는 것은 김광현의 입장 정리를 기다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SK와 김광현은 ‘얼마 이상이면 무조건 메이저리그행을 승인하겠다’는 밀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그 액수에 한참 모자라는 최종입찰액이 나온 데서 비롯된다. 금액을 밝히지도 못하는 데서 알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미국에서조차 아무 언급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액수가 낮다는 소리다. 200만달러(약 21억원) 이하의 ‘굴욕적인 금액’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SK 관계자는 “이 액수만 받고 보내주자니 김광현부터 납득을 쉽게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SK 야구단 입장에서도 김광현 포스팅 금액으로 외부 전력을 수혈해 마운드 공백을 메울 계획이었는데 근본부터 무너지게 생겼으니 곤혹스럽다.

야구계 관계자는 “결국 김광현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기자회견까지 열어놓고, 포부를 밝혔는데 안 간다고 선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10월29일 기자회견을 열어준 것은 메이저리그에 김광현을 알리는 프로모션의 의미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회견은 ‘액수가 안 맞으면 못 보낸다’라는 식의 협상카드를 스스로 까버리는 전술적 실수로 돌아온 셈이다.


● “ML은 김광현을 선발투수로 바라보지 않는다”

SK가 상황을 ‘오판’한 것은 그만큼 김광현을 향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몇몇 구단은 SK에 대놓고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게다가 메이저리그는 투수갈증이 심각한데 김광현은 좌완투수의 이점까지 지니고 있었다. 류현진(LA 다저스)의 성공으로 외부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팀들은 막상 김광현이 11월1일 포스팅 공시되자 태도를 선회했다. 진짜 선택의 시간이 돌아오자 이들은 침묵했다. 김광현과 SK가 생각한 ‘자기평가’보다 메이저리그가 본 ‘상대평가’가 훨씬 엄격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SK가 받아든 입찰액은 ‘메이저리그는 김광현을 선발투수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냉정한 시선을 담고 있다. 류현진이 아니라 윤석민(볼티모어 마이너리그)에 근거해 김광현을 평가한 메이저리그의 현실인식이 들어있다.


● “무조건 ML만 좇는 선수, 이적료에 눈 먼 구단 모두 문제”

최고 입찰액은 곧 연봉협상과 직결된다. 김광현은 에이전트 멜빈 로만을 선임했으나 메이저리그 도전을 강행하더라도 연봉협상부터 험난할 상황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SK와 김광현을 두고 야구계 한 인사는 “비단 김광현의 문제가 아니다. 터질 일이 터졌다. 선수들은 맹목적인 메이저리그 꿈을 꾸기 전에 자기 역량부터 돌아봐야 한다. 구단들도 이적료를 받는 데 눈이 멀어 미국이나 일본 진출을 부추기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BO는 SK에 김광현의 해외진출 승낙 여부를 14일 오후 6시까지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KBO는 규정상 15일까지 메이저리그사무국에 SK의 결정을 전달해야 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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