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슈퍼루키’인 흥국생명의 이재영은 아직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다. 그는 9일 자신이 장담한 대로 프로 데뷔 2경기 만인 KGC인삼공사전에서 MVP에 뽑히고 인터뷰를 해 화제를 모았다. 대전|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결국 프로 데뷔 2경기 만에 MVP 인터뷰
상금은 어머니에게…아직은 어린 여고생
흥국생명의 ‘슈퍼 루키’ 이재영은 9일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프로 데뷔 이후 두 번째 경기를 했다. 10월19일 GS칼텍스를 상대로 했던 시즌 첫 경기에 서브리시브를 전담하며 11득점으로 팀에 시즌 첫 승리를 안긴 뒤 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잠시 팀을 비웠다. 흥국생명은 기대주가 부상당할까봐 가능하면 소속팀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소속팀은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차지한 이재영 덕분에 받게 된 학교지원금(1억원)을 안 받아도 좋으니 선수를 꼭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재영은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모교에 마지막 우승을 안기고 돌아오자마자 인삼공사 경기에 출전했다.
● “방송 인터뷰 어떻게 하나요?”…프로 2경기 만에 MVP
경기 전날 코트적응 훈련을 마친 이재영은 당돌하게도 선배들에게 “방송 인터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자신의 몸 상태가 좋아 내일 큰일을 내고 꼭 인터뷰를 할 것 같은 자신감이 들자 선배들에게 인터뷰 노하우를 물어봤던 것이다. 주장이자 팀에서 가장 인터뷰를 많이 했던 김혜진이 조언을 해줬다. “경기는 어떻게 준비했고 경기 뒤 네가 느낀 소감을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얘기였다. 루키가 프로 2번째 경기 만에 인터뷰 요령을 물어보고 자신이 최우수선수(MVP)에 뽑힐 생각까지 할 정도로 이재영은 대담하다.
결국 이재영은 장담한대로 9일 경기 MVP에 뽑혔고 인터뷰도 했다. 16득점(1블로킹 3서브)의 활약이었다.
그날 밤 보너스도 받았다.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실시하는 자체시상제도에 따른 것이었다. 경기 승리 뒤 감독이 선정하는 베스트플레이어에 뽑혀 2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서브와 블로킹 1개당 각각 5만원을 주는 개인시상금까지 포함해 55만원을 받았다.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고3 여고생에게는 많은 금액이었다. 13일 도로공사전을 앞두고 첫 상금을 어디에 썼냐고 묻자 “어머니에게 줬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박미희 감독은 “아직 어려서 돈을 쓸 줄 모른다. 조금 지나면 어머니에게 가는 돈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웃었다.
● 매달 350만원씩 적금…“아직 돈 쓸 줄 몰라요”
한편 이재영의 어머니 김경희 씨는 최근 구단에 보험상품을 문의했다. “딸이 받는 월급으로 적금을 들고 싶다”며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연봉 5000만원을 모두 보험상품에 넣겠다고 했다. 자신이 돈을 벌고 있어 딸이 번 돈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아둘 생각이라고 했다. 결국 매달 350만원이 들어가는 상품을 선택했다.
연봉과 수당을 모두 어머니에게 맡겨둔 이재영은 아직 돈 쓸 곳도 없고 쓸 줄도 모른다. 배구만 안다. 이럴 때 보면 아직은 10대 여고생이다. V리그를 이끌어갈 슈퍼 루키는 보여줄 것이 아주 많다.
성남|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