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11위 성남, FA컵 올인 통했다

입력 2014-11-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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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 FC서울 대 성남FC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성남FC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상암|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클래식 강등 위기에서도 강수
“팬들에게 선물 안기고 싶었다”

성남FC는 고민이 많았다. 다음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잔류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우승상금 2억원과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이지만, 이 사실이 성남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2012∼2013시즌 잉글랜드 FA컵에서 맨체스터시티를 꺾고 정상을 밟은 뒤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된 위건 애슬레틱의 가슴 아픈 전철을 따를 순 없었다. 주변에서도 한결같이 “생존이 우선”이라고 했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한참 가슴앓이를 거듭했다. 16일 경남과의 클래식 36라운드 홈경기에서 1-1로 비기면서 더욱 큰 고민에 빠졌다. 자칫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될 수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나흘이 걸렸다. FA컵 결승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20일, 김 감독은 마침내 마음을 굳혔다. 한 경기만 이기면 명예가 따르는 대회를 대충 치르고 넘어가기에는 그간 기울였던 노력과 쏟았던 땀방울이 아쉬웠다.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이후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성남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기겠다”고 선언한 김 감독의 눈빛은 비장했다.

탄천종합운동장과 성남종합운동장을 오가며 떠돌이 훈련을 하던 성남이지만, 마지막인 만큼 구단에서도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성남은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지방으로 원정을 떠날 때만 경기 하루 전날 인근 호텔에서 1박을 한 뒤 결전에 임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선수들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의 특급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결전을 앞둔 팀 미팅에서 김 감독은 딱 한마디를 했다. “올인이다. 멋지게 뛰고 당당히 결과를 받아들이자.” 마음이 통했다. ‘승부사’ 김학범 감독과 성남은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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