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큘러스VR의 가상현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중 가장 최신 버전 ‘크레센트 베이’는 기존 개발자 버전에 비해 더욱 실감나는 영상과 음향을 제공한다. 사진은 실제 시연 모습. 시연자는 화면에 나오는 공룡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부산|김명근 기자
전세계 30대 밖에 없는 ‘프로토 타입’
진짜 같은 360도 영상과 생생한 음향
그래픽 임을 알지만 현실감에 화들짝
오큘러스 “현재 최고의 가상현실기술”
“영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이 돼 전장을 누빈다.”
머지않아 실현 가능한 얘기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현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가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현실’이란 어떤 가상상황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구글글래스’처럼 여러 가지 정보를 현실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과는 또 다른 것이다. 가상현실은 각종 영상과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는 물론 군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도 확장이 가능해 큰 관심을 받는다.
● 지스타에서 관련 제품 ‘눈길’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내린 ‘지스타2014’에서도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HMD와 콘텐츠를 출품한 전시관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반 관람객 대상(B2C)관에 참가한 오큘러스VR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보다 좀 더 큰 규모의 부스를 꾸려 비행시뮬레이션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대상(B2B)관에도 오큘러스 제품과 아케이드게임기를 결합해 레이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중소기업 제품 등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VIP시연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오큘러스 크레센트 베이’였다. 9월 공개된 최신 제품으로, 판매용 제품의 가능성을 극대화 해 보여주기 위한 프로토 타입이다.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에 360도 트레킹, 3D오디오 등 기존 제품을 뛰어넘는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 전 세계에 30대 밖에 없는 이 제품 중 한 대가 올해 지스타에 전시된 것이다.

오큘러스 ‘크레센트 베이’
● 뛰어난 현실감에 ‘아찔’
직접 크레센트 베이를 경험해 봤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기존 개발자 버전과 달리 매우 실감났다. 거대한 공룡이 뛰어와 시연자를 넘어가고, 고층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아찔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우주인이 시연자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바꾸고, 홀로그램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물론 아래에서 올려다 볼 수도 있었다. 음향도 뛰어났다. 앞에 있던 모닥불을 등지면 뒤에서 ‘따닥따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압권은 게임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스가 제작한 영상. 영화 트렌스포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인간과 로봇의 슬로모션 전투신 가운데 서서 360도 영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총알이 스치듯 날아가고 폭파된 자동차의 파편이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물론 그래픽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눈으로도 확인 가능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난간을 붙잡고 다가오는 물체를 피하려하는 등 짜릿한 경험의 여운은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시연 후 만난 서동일 한국 오큘러스VR 지사장은 “이 제품은 판매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현재 보유한 최고의 가상현실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제품이다”고 말했다.
● 삼성·소니 등도 관련 신제품 개발 중
제품의 확장영역이 다양한 만큼 여러 회사들이 가상현실 HMD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꾸준히 HMD를 출시해 온 소니는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개발 중이다. 360도 트레킹 등 기존 제품과는 다른 보다 확장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최근 오큘러스VR과 손잡고 ‘갤럭시노트4’와 연동 가능한 ‘기어 VR’을 공개했다. 부족한 콘텐츠에 대한 수급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소니와 오큘러스VR은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콘텐츠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오큘러스VR과 함께 마블과 태양의 서커스, 드림웍스, 하모닉스 뮤직, 베보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손잡고 콘텐츠와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전방위 3차원 카메라 ‘프로젝트 비욘드’ 시제품도 최근 공개했다.
부산|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