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스타 캐스팅’ 딜레마 “스타라도 배역 비중 바꿔달라는 건…”

입력 2014-11-2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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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수로(왼쪽)와 김정은. 스포츠동아DB·동아닷컴DB

김정은·김수로 일방적인 하차로 논란
일부 광고주들 계약 망설여 제작 차질
제작사 “인지도 따라 PPL 달라 불가피”


방송가가 또 다시 ‘스타 캐스팅’ 딜레마에 빠졌다.

연기자 김정은과 김수로가 주연으로 캐스팅됐던 드라마에서 돌연 하차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제작사는 “피해가 크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느 일방의 잘못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제작사나 방송사는 스타들의 인지도를 내세워 흥행을 보장받고 싶어 하고, 스타들 역시 출연작을 통해 인기를 재확인하며 흥행에 따른 영향력을 입증받길 원한다. 양측의 뜻이 잘 맞아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쌍방에 큰 피해만 안겨주게 된다.


● 톱스타의 무리한 요구?


김정은과 김수로는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SBS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의 주인공을 맡기로 했다. 이달 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가 이를 공식화했고, 두 사람은 제작진과 세부 내용 등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20일 두 사람의 하차 소식이 전해졌다. 제작진에 따르면 김정은은 출연을 결정하면서 원래 제목이었던 ‘장사의 신 이순정’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 제작진이 이를 수용했다. 그렇지만 배역 비중까지 바꿔 달라는 요구는 기획의도상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수로도 상대역인 김정은이 출연을 포기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이에 제작진은 21일 “두 사람의 일방적인 하차로 그동안 협찬을 논의 중이던 일부 광고주들이 계약을 망설이는 사태에 이르는 등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진이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처럼 ‘이런 일’은 방송가에서 흔치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실 스타들은 배역의 비중, 상대 배우, 타이틀 크레딧 등에 민감한 편이다. 제작진은 크게 무리가 없는 선에서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조율한다. 하지만 ‘내 마음 반짝반짝’의 제작진과 김정은·김수로는 이런 과정을 조율하던 중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 톱스타들에 목매는 까닭은?

2011년 드라마 ‘브레인’은 이상윤과 윤승아를 남녀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첫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작사 측이 이를 돌연 취소해 논란이 됐다. 이후 신하균에게 배역이 돌아가며 톱스타를 위한 ‘캐스팅 번복’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그룹 티아라의 함은정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함은정은 2012년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에 캐스팅돼 포스터 촬영까지 진행했지만, 돌연 하차 통보를 받았다. 당시 소속 그룹이 멤버 탈퇴 등으로 구설에 오르자 드라마 광고주들이 그에 대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제작사나 방송사는 드라마 제작에 가장 중요한 PPL(간접광고)나 제작 지원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톱스타의 인지도를 활용하려는 광고주 등의 입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는 드라마 캐스팅 후보를 먼저 본다. 톱스타가 출연해야 편성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톱스타들의 요구나 편의 등 조건을 최대한 맞춰주는 편이다”고 밝혔다. 이어 “스타들의 인지도나 PPL, 제작 지원, 편성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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