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도 소통도 ‘섬세한 남자’ 김기태

입력 2014-11-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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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왼쪽)이 KIA 사령탑이 된 후 지급받은 자신의 유니폼 하의 밑단에 고무줄을 넣으며 선수들에게 ‘경기력에 향상되는 건 뭐든지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감독이 훈련 뒤 공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김기태 감독(왼쪽)이 KIA 사령탑이 된 후 지급받은 자신의 유니폼 하의 밑단에 고무줄을 넣으며 선수들에게 ‘경기력에 향상되는 건 뭐든지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감독이 훈련 뒤 공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KIA 미야자키 캠프서 만난 김 감독

본인 유니폼 발목 고무줄로 정리하고
연습경기·백업 플레이 정석대로 주문
최희섭 따로 불러 ‘타격철학’ 얘기하고
‘창의적인 야구’ 강조…끊임없이 토론

KIA 김기태(45) 감독은 현역시절부터 선수단 전체를 똘똘 뭉치게 하는 강한 리더십의 상징이었다. 지도자가 된 후에도 이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선수들과의 소통능력은 큰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김 감독은 엄격하면서도 섬세한 스타일이다. 마무리캠프에서 김 감독은 이런 자신의 색깔을 팀에 입히고 있었다.

25일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김 감독은 KIA 사령탑이 된 후 처음 지급받은 자신의 유니폼 하의 밑단에 고무줄을 넣었다. 착 달라붙어 단정한 느낌을 줬다. 헐렁하게 스파이크 위까지 덮어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경기력에는 좋지 않은 몇몇 선수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훈련장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연습경기 도중 이닝이 종료되면 외야수는 쏜살같이 덕아웃으로 달려온다. 공수 교대도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백업 플레이도 교과서 그대로다.

김 감독에게 물었다. “1월 스프링캠프 때 1군 주축 전력도 모두 저렇게 빨리 뛰게 할 생각인가?‘ 김 감독은 “베테랑은 자기 스스로 체력적인 측면이나 모든 것을 잘 조절할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기본은 모두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여름에 반바지를 입고 훈련하고 싶어 하는 선수들도 있다. 덥다고 투덜거리지만 원정 때는 긴 바지를 입고 훈련한다. 만약 그 더위를 참지 못할 정도라면 경기장에 나오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1군 주전 선수라면 TV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2군 선수들에게 ‘당연히 저 선수가 팀을 대표해서 뛰어야 한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 안에는 실력과 책임감, 품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김 감독은 기본에 엄격하지만 선수들과는 친근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마무리캠프 선수단에서 가장 선배인 최희섭(35)이 야간훈련에 스스로 참가하자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며 등을 떠밀어 방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대신 따로 불러내 자신이 생각하는 타격 철학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기분 좋고 뿌듯한 일이다. 감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렵지만, 밉거나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닌 진정한 팀의 리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간이다.

김 감독은 이런 일화도 들려줬다. “얼마 전 한 선수가 ‘감독님 선수시절이다’며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홈런 치고 폼 나게 베이스를 돌다가 꽈당 넘어지는 장면이었다. ‘다 함께 돌려보며 나 엄청 놀렸지?’라고 물었더니 웃음으로 모든 걸 대신하고 가더라”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이런 선수들을 보며 “모두 순수하고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팀 전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팀을 만들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마무리캠프지만 훈련 스케줄은 내년 시즌을 대비한 전략적 준비도 담겨있다. KIA는 외야수의 약한 송구력이 최근 몇 해 약점으로 지적됐다. 1점을 내주고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송구가 늦어 2∼3점을 주는 경기가 많았다. 시즌 전체를 보면 엄청난 손실이다. 김 감독은 외야수들을 내야에서 땅볼 타구를 잡는 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외야에 강견이 없지만 발은 빠르다. 최대한 포구와 송구를 간결하고 빨리 처리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내야수 역시 가장 좋은 위치에서 공을 커트해 다시 송구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에서 연일 강조하는 ‘창의성 있는 야구’는 선수와 코치가 끝없이 토론하게 만든다. 감독도 자주 그 대화에 참여한다. “그때 왜 3루로 송구했지?”,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으면 상대 전력분석팀이 어떤 보고서를 썼을까? 그럼 타석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등을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며 해법을 찾는다.

그동안 KIA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통 단절이었다. 최고의 경력과 능력을 가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유니폼은 같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2군에 있던 베테랑들은 그 소외감이 더했다. 변화는 시작됐다. 그 변화의 중심엔 김 감독이 서 있다.

미야자키 휴가(일본)|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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