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분석원 변신한 강명구 “새 역할 찾은 것 같아 뿌듯”

입력 2014-11-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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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전문 대주자로 하루살이 인생 쉽지 않았다”

프리에이전트(FA) 우선협상이 진행되며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간 사이, 삼성의 강명구(34·사진)는 25일 공개된 63명의 보류선수명단에서 빠졌다. 그리고 이내 전력분석원으로 합류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2003년 삼성에 입단해 ‘빠른 발’로 누상을 휘젓던 그의 모습은 이제 지나간 추억이 됐다. 강명구는 “아직 어수선하고 적응도 안 되지만 미련을 접었다. 전력분석원으로 새 출발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막을 내린 삼성의 2014년. 강명구의 인생은 2막을 앞두고 있었다. 구단은 KS가 끝나면서 강명구에게 은퇴와 함께 전력분석원을 제안했다. 그는 “제안을 받기 전까지 은퇴는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제의를 받고나니 나도 ‘때가 왔구나’하고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도 은퇴를 반대하며 강명구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그는 더 먼 미래를 바라봐야만 했다. 그는 “눈앞만 보고 쫓기보다 멀리보고 판단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굳혔다”고 은퇴 결심을 전했다.

강명구는 올 시즌 불운에 시달렸다. 스프링캠프에서 이승엽의 강습타구에 머리를 맞고 뇌진탕으로 중도 귀국했다. 후유증으로 2달 가까이 쉬었다. 9월에는 어지럼증이 도지면서 계단에서 넘어져 가을야구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는 “부상으로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고 지쳤다. 스타플레이어도, 주전도 아닌데 언제까지 하루살이 비슷한 인생을 사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며칠 새 그의 신분은 선수에서 직원으로 바뀌었다. 강명구는 “정시출근 정시퇴근이다. 컴퓨터는 검색만 해봤지 게임도 전혀 안 해봤는데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며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강명구는 프로 통산 111도루, 0.822의 높은 성공률을 남겼다. 이제는 과거가 된 ‘대주자’의 타이틀. 그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반쪽이다, 뛰는 거 밖에 못 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새 역할을 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몸을 숙였다. 이어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성장을 위한 복합적인 공부가 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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