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감독. 사진제공|KBL
특유의 끈끈함으로 1358일만에 6연승
“B급선수라고 마냥 가만히 있어선 안돼”
전자랜드는 2009년 유도훈(46·사진) 감독의 취임 이후 ‘끈끈한’ 팀 컬러를 자랑해왔다. 매 시즌 ‘전력열세’를 예상하던 전문가들의 평가를 뒤로 하고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다. 2010∼2011시즌부터는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했다. ‘2014∼2015 KCC 프로농구’에도 전자랜드는 변함없는 저력을 뽐내며 끈끈함을 잃지 않고 있다.
● 전자랜드에는 ‘A급’이 없다?
전자랜드는 올 여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정영삼(30)과 재계약한 것 외에는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었다. 시즌 초반에는 9연패의 늪에 빠져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우려의 시선이 쏠렸다. ‘전자랜드 특유의 끈끈함과 선수들의 정신력도 이제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이들도 적잖았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보란 듯이 일어섰다. 11월 14일 kt전 승리를 시작으로 6연승행진을 펼치고 있다. 29일에는 연장 접전 끝에 선두 모비스를 잡았다.
1358일만의 6연승을 거둔 전자랜드의 상승세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걸출한 스타플레이어 없이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말 그대로 ‘언더독’팀이다. 국가대표는 한 명도 없고, 상대팀을 벌벌 떨게 만드는 스타플레이어도 없다. 김주성(동부), 오세근(KGC) 같은 걸출한 빅맨도 없다. 거액의 FA를 잡을 만한 여력도 없다. 유도훈 감독은 “우리 팀에는 A급이 없다. B급 선수들이 모인 팀이다. 나도 그랬다. A급 선·후배들을 만나 우승을 경험한 B급 선수였다”고 밝혔다.
● A급 기량보다 중요한 ‘A급 마음가짐’
유도훈 감독의 말대로 전자랜드에는 A급 선수가 없다. 그러나 마인드만큼은 코칭스태프, 선수 할 것 없이 모두 ‘A급’이다. 유 감독은 “나는 B급 선수였지만, A급 선수가 되고 싶은 B급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B급 선수라고 마냥 실망하고 있어선 안 된다. 프로로서 마음가짐만큼은 늘 A급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벤치에 앉아 있더라도 내년 같은 날, 같은 시간에는 코트 안에서 팀의 주축선수로 뛰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그게 프로다”며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감독의 지휘 아래 정병국(30), 차바위(25), 김상규(25·상무), 김지완(24) 등 각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전자랜드의 주축선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에는 신인 정효근(21)이 성장 중이다. 유 감독은 또 용병 리카드로 포웰(31)에게는 주장을 맡키면서 용병이 아닌 ‘전자랜드 선수’로서의 소속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도우미 역할까지 하도록 유도했다. 유 감독은 “포웰은 타팀 용병들에 비해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겠지만, 주장을 맡으면서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해졌다. A급이 되고자 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잘 헤아려 경기 전 자신이 나서서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유 감독은 “우리 팀은 늘 부족하다. 채울 것이 많다. 그러나 늘 노력하는 팀이다. 다시 연패에 빠질 수도 있다.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발전하는 과정이니 어려울 때일수록 더 응원해주고 지켜봐주길 바란다”며 격려를 당부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