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감독 감동시킨 ‘유니폼 편지’

입력 2014-12-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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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 감독. 스포츠동아DB

■ 이종호 고별전 직전 뜻깊은 선물

“부족한 저를 성장시켜주셔서…”
대표팀 유니폼에 빼곡히 감사의 글
하석주 감독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29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38라운드 홈경기(0-0 무)를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2014시즌을 마감했다. 2012년 8월부터 전남을 성공적으로 이끈 하석주(46) 감독의 고별무대였다. 전남은 연말까지 계약돼 있는 하 감독에게 10월 초 2년 계약 연장을 요청했지만, 하 감독은 이를 끝내 고사했다. 그 대신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과 동고동락해온 노상래(44) 수석코치를 신임 사령탑으로 추천했다. 이를 받아들인 전남은 이날 인천전 직후 광양 시내의 한 호텔에서 감독 이·취임식을 진행했다.

“헤어질 때도 모두 웃을 수 있어야 한다”는 하 감독의 신조대로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모두가 깊이 정든 사령탑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모교(아주대) 지도자로 또 다른 출발선에 선 그의 앞날을 축하했다. 하 감독은 전남 구단의 상징색인 노란빛 넥타이를 노상래 신임 감독에게 건넨 뒤 자신은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고별경기를 앞두고 하 감독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선물도 하나 받았다. 애제자로부터 온 한 통의 편지였다. 발신자는 이종호(22)였다. 그런데 일반 엽서나 편지가 아니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때 입은 붉은 유니폼이 은사를 향한 제자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담은 예쁜 편지지가 됐다. 이종호는 태극마크가 선명한 유니폼 앞뒷면으로 빼곡하게 감사의 메시지를 구구절절하게 적었다. “어려울 때 오셔서 고생만 하다 떠나십니다.(중략) 여러 모로 부족했던 절 이렇게 크게 성장시켜 감사합니다.”

광양제철중·고를 거쳐 전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한 이종호는 2011시즌부터 프로무대를 누볐지만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다 하 감독의 취임을 계기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1년 2골·3도움에서 이듬해 6골·2도움으로 일취월장했고, 지난해에는 6골·4도움으로 프로 데뷔 후 처음 공격 포인트 10개를 만들었다. 올해는 10골·2도움으로 더 성장했다. 하 감독과 함께한 2년 반 동안 그를 따라다니던 ‘유망주’의 꼬리표도 이제는 ‘에이스’로 바뀌었다. 더욱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종호는 병역면제 혜택까지 얻었다. 그렇게 둘은 영원하고 깊은 사제지간이 됐다.

하 감독은 “그냥 사인 볼이나 하나 기념으로 받아갈까 했는데, (이)종호가 의미 있는 선물을 해줬다. 사인은 자신의 축구화에 해왔더라. 무뚝뚝한 녀석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던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 사랑해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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