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엄마와 닮은 영자의 삶…눈물이 주르륵”

입력 2014-12-0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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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진의 활동 무대는 국내와 미국을 넘나든다. 내년 2월부터 미국 ABC 드라마 ‘미스트리스’ 시즌3 촬영을 시작하는 김윤진은 그보다 앞서 17일 영화 ‘국제시장’으로 관객을 찾는다. 2012년 주연한 스릴러 ‘이웃사람’에 이어 2년 만의 주연 영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영화 ‘국제시장’ 김윤진

처음엔 고사한 시나리오, 결국 내게로
윤제균 감독님 어머니를 그린 캐릭터
영자에게서 엄마의 삶이 떠올라 울컥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안 멈춰요

배우 김윤진(41)은 성인이 된 뒤론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고 했다. 친한 친구들 앞에서도 그랬다.

“감정을 숨겼다. 왠지 프로페셔널한 여자는 공개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어딘지 모르게 못나 보일 것만 같았다. 눈물이 날 듯하면 꾹 참았다.”

그런 김윤진이 수십대의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는 순간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얼마 전 열린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 17일 개봉) 시사회장에서다.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그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묘한 친근감도 느껴졌다.

“영화 주인공인 덕수와 영자의 이름이 윤제균 감독 부모님의 성함이란 걸 그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70대 노인을 연기하던 내게 감독님이 ‘고운 할머니여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고 싶었던 거다.”

김윤진은 평소 친분이 있던 윤제균 감독이 ‘국제시장의 시나리오를 주고 싶다’고 하자 “받지 않겠다”고 사양했다. 당시 처한 상황 탓이었다. 미국 방송사 ABC의 드라마 ‘미스트리스’를 끝내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시즌2 참여 여부를 기다리던 때였다. “괜히 내 스케줄로 영화 촬영 일정이 변경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김윤진은 덧붙였다.

제작까지 겸한 윤 감독은 쉽게 뜻을 거두지 않았다. 그렇게 받아든 시나리오를 읽고 김윤진은 생각했다.

“나랑 너무 안 어울리는 역할이잖아? 하하! 그 전에 내가 받은 역할은 미래에서 왔거나(웃음), 변호사처럼 독립적인 인물이 많았다. ‘국제시장’ 시나리오를 읽을 땐 나보다 더 어울릴 만한 여배우들이 떠오르기까지 했다.”

김윤진이 연기한 영자는 20대 초반에 파독 간호사로 나선 인물이다. 낯선 땅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 만난 덕수(황정민)와 사랑에 빠져 평생의 동반자로 신뢰를 나눈다. 그런 영자의 모습에서 김윤진은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다고 했다.

“내 엄마는 은자란 이름을 가졌다. 은자와 영자. 이름도 비슷하다. 엄마는 30대에 미국으로 이민가 양로원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 치매 노인들도 있었을 텐데 궂은 일을 밤을 새워 했다.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던 그때의 엄마 모습도 떠올랐다.”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주요 에피소드이자 우리 현대사 속 크고 작은 사건들은 실제 김윤진과 그 가족 역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이다. 그의 부친은 영화 속 덕수처럼 가족을 위해 쿠웨이트 건설 현장에서 몇 년간 일했다. 또 아버지의 형제들은 한국전쟁 당시 실종됐다. 할머니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두 아들을 그리워했다.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김윤진 가족은 미국에서 비디오 테이프로 빌려 보곤 했다. 그럴 때면 집안은 눈물바다가 됐다. “시나리오를 받으면 엄마와 언니, 동생에게 꼭 보여주곤 한다. 그들의 눈이 가장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국제시장’ 시나리오를 읽은 엄마는 살아온 세월을 하염없이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묵직한 영화를 관객 앞에 내놓은 김윤진은 내년 2월이면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미스트리스’ 시즌3 촬영을 위해서다. 이후 5개월 동안 꼼짝없이 촬영에 집중해야 한다. “배우는 캐스팅이 돼야만 기회를 얻는 직업이다. 나도 늘 흔들리고 고민이 많다. 그래도 집에서 쉬는 건 도무지 익숙지 않다. 나는 현장이 좋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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