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성대리 태인호·하대리 전석호의 솔직토크

입력 2014-12-05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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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이다. 드라마 ‘미생’의 인기 주역으로 꼽히는 태인호(위)와 전석호는 연극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다. 오직 연기를 향한 열망으로 꿈을 놓지 않았던 이들은 지금 ‘미생’을 넘어 ‘완생’을 향해 가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미생’ 촬영장에서 만난 두 사람의 모습.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사진|스포츠동아DB·tvN

■ 우리는 왜 ‘미생’에 열광하는가?

태인호 “지칠 때쯤 찾아온 기회들… 그래서 ‘미생’처럼 버틸 수 있죠”
전석호 “‘미생’스타덤? 거품입니다 ‘미생’같은 현실이니까…”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 그 ‘빙의’의 모습이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오해(?)를 갖게 하는 두 남자. 드라마 ‘미생’의 ‘나쁜 남자’인 ‘성대리’ 태인호(34)와 ‘하대리’ 전석호(30)를 만났다. 후배에게 일과 책임을 떠넘기거나(성대리), 여자 상사에게 당한 ‘구원’(舊怨)을 여자 후배에 대한 혹독함으로 풀어내는(하대리) 남자들이다. 하지만 현실 속 이들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또 다른 ‘미생’이다. 각자 인터뷰를 통해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드러낸 이들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완생’을 꿈꾸는 수많은 ‘미생’들에게 이들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지길 기대한다.

사진제공|tvN



● 실제 성격도 하대리, 성대리 같아요?

태인호(이하 태) : 원래 강대리 역할 제의를 받았어요. 그런데 김원석 감독이 성대리 대사를 해보라 하시더라고요. 제 눈에서 무언가를 느꼈나 봐요. 실제로는 성대리와 전혀 다른 성격인데 말이죠.

전석호(이하 전) : 저야말로 마음은 김대리이지만 표현은 강대리(오민석)나 하대리 스타일? 하하! 사실 하대리같은 모습이 있긴 해요. 한양대 연극영화과 시절 여자 후배들이 싫어하는 선배 1위였거든요. 성격상 돌려서 말 못하는 직설적인 스타일이죠. 제 입이 또 한 ‘걸걸’하거든요. 저 때문에 눈물 흘린 후배들도 꽤 많아요. 그렇다고 하대리처럼 여자한테만 그러진 않아요. 어느 순간 악당이 되어 있더라고요.

태 : 맞아요. 상황 자체가 밉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연기하면서 좀 심한 장면을 찍고 난 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변요한(한석율)에게 ‘사실은 나 너 너무 좋아한다’고 문자 보내요.

태 : 그래도 주변에서는 밉상이라고 욕하더라고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땐 사람들이 이 정도로 미워할지 몰랐거든요. 이제야 말하는데 성대리가 더 강하게 해야죠.

전 : 저도요! 표현이 과격할 뿐이지 하대리가 안영이(강소라)한테 하는 행동 이해돼요. 군대서도 하대리 같은 고참이 한 내무반에 3명 정도는 있다니까요.

전 : 친구들은 ‘연기 좀 해라!’ ‘너무 날로 먹는 것 아니냐’ 하는데, 그래도 저 안영이한테 A4용지 던져 상처낸 장면에서는 흠칫 했어요. 저도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에 놀라서 귀가 다 움직이더라고. (인호)형님도 보셨죠?


● ‘미생’이기 전엔 뭘 했나요?”

태 : 생각해보면 ‘미생’ 전까지 계속 아르바이트를 해온 것 같아요.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2년 동안 극단에 있다 2008년 상경한 후 3년은…. 술집, 발렛 파킹, 대리운전 등으로 생활비를 벌고, 숱한 영화사를 찾아가 직접 프로필을 돌렸어요. 고생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니까요.

전 : 서른살까지만 대학로에 뼈를 묻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너무 좋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물론 벌이는 적지만 돈벌이는 상대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돈 때문에 박탈감을 느낀다면 자존감, 자존심을 잃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큰 욕심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면 감사해요.

태 : 연극무대에 주로 서왔는데 어떻게 ‘미생’에 출연하게 됐어?

전 :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이었나봐요.

전 : 연극 ‘인사이드 히말라야’ 공연 첫 날이 ‘미생’ 첫 촬영일이었어요. 그래서 거절했죠. 미친놈이었죠. 선배들도 ‘이제 서른살인데 어떻게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냐’고 할 정도였어요. 물론 저도 ‘화딱지’가 났어요. 윤태호 작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PD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공연 마지막 날 전화할 테니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기다려 주신 거였어요. 그래서 공연 끝나고 바로 촬영에 합류했죠.

태 : 저도 운명과도 같았죠. 서울로 올라와 7년 동안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은 건 4번 밖에 없어요. 드라마는 쉽지 않겠다 생각했죠. 이번에도 기대는 안했지만, 오디션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올 것이 왔구나, 그래 부딪치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죠.


● 이제 ‘완생’을 향해 달려야죠!

전 : 대학 때부터 스스로 한 약속이 있어요. 잘 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지금도 변함없어요. 공연은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집에 자주 못 들어가요. 이런 것도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겠죠? 하하! 술을 자주 마시는 탓도 있겠지만요.(웃음)

전 : 모든 것의 밑바탕은 연기를 하며 살고 싶다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과학자나 대통령이 되어야지 생각했지만 처음으로 꿈을 위해 행동으로 옮긴 건 연기가 처음이에요.

전 : 그래서 지금 이렇게 인터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해요. 극중 오성식 차장 역의 이성민 선배님이 저 인기 많아졌다고 말씀하시는데, 전 그럴 때마다 ‘거품입니다. 드라마 끝나는 순간 이 또한 사라질 겁니다’고 대답해요.

태 : 완전 공감! ‘미생’을 통해 제가 알려졌다고 더 큰 꿈과 희망을 갖지는 않아요. 20대 초반이라면 몰라도. 이미 현실을 알아버렸거든요. 물론 이 드라마가 차기작을 선택하는 데 어느 정도 연결고리는 되겠지만 전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냉정하게 말해서, 저 하기에 달린 거죠.

태 : 제가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면 분명 지쳐서 포기했을 거에요. 지금 이 자리에도 없겠죠. 희한하게도 지쳐갈 때쯤 꼭 작품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이 기대가 돼요.


태인호와 전석호는 사실 ‘미생’ 촬영장에서 마주칠 일이 적다. 극중 각각 섬유팀과 자원팀의 대리로 팀이 다른 탓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 태인호의 “하대리 만나면 인증샷 찍고 싶다”는 말에 전석호는 “형님과 대화를 나누게 된 지 얼마 안됐는데 너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드라마가 끝나면 김대명, 오민석과 함께 ‘대리 4인방’ 회식을 하기로 한 두 사람은 ‘완생’이 되기 직전의 ‘미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치킨을 안주 삼아 맥주잔을 맞댔다.

이 땅의 ‘미생’을 위하여 건배!


■ 미생이란?



삶도, 죽음도 아닌 상황 말하는 바둑용어


‘미생(未生)’은 바둑 용어다. 바둑에서는 돌이 살아 있으려면(완생·完生) 최소한 두 집이 필요하다. 두 집을 내지 못한 채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가 ‘미생’이며 그 돌을 ‘미생마’라 부른다. 원작 웹툰의 윤태호 작가는 완생이 되지 않은 상태, 우리네 인생이 미생과 같다고 생각해 제목을 정했다. 윤 작가는 바둑을 모르는 이들이 ‘미생’의 의미를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에서 ‘살아 있지 못한 자’라는 부제를 붙였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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