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성남시장 솜방망이 징계…후폭풍 온다

입력 2014-12-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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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출석에 앞서 “징계를 하려면 차라리 나를 제명시켜라”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벌위는 이 시장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연맹,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단순 경고처분
최강희감독 700만원 벌금과 형평성 논란
팀 해체 카드 부담에 조기 수습에만 급급
심판판정 발언 대응 명분 잃어 혼란 가중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5일 “징계를 하려면 차라리 나를 제명시켜라”라고 엄포를 놓던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징계 수위 중 가장 낮은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 시장은 곧바로 “경고도 징계는 징계”라며 “재심청구는 물론 법정 투쟁을 통해 반드시 연맹의 잘못을 입증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이 시장이 ‘승부조작’까지 운운하며 심판 판정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중심을 잡아야 할 연맹이 스스로 권위를 상실한 채 ‘솜방망이 징계’를 해 여진이 거듭될 전망이다.


● 이중 잣대 논란

상벌위는 임직원(선수·코칭스태프를 제외한 모든 구단 관계자)에 대한 징계는 해당 구단으로 부과한다는 규정에 따라 성남 구단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구단에 대한 징계에는 권리행사 제한, 하부리그 강등, 제재금 등이 있지만 연맹은 이중 가장 가벼운 경고 처분을 택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3월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가 제재금 7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의견 표출 장소가 공식 기자회견(최 감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 시장)로 차이가 있지만, 이 시장에 대해 단순 ‘경고’에 그친 것은 최 감독에게 700만원을 부과한 것과 견주면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는 논란을 낳기에 충분하다.


● 이재명 시장에 휘둘린 연맹?

축구계에선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인인 이재명 시장의 노련한 노림수에 연맹이 발목을 잡혔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구단의 존폐’라는 칼자루를 쥔 이 시장은 이를 무기 삼아 연맹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고, 평소 판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팬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얘기다. 반면 연맹은 이 시장이 ‘팀 해체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을 우려해 먼저 유화 제스처를 보이며 관대한 처벌로 사태를 수습하려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 솜방망이 징계가 몰고 올 파장은?

이재명 시장은 20일까지 상벌위 조치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연맹은 재심이 청구되면 접수일로부터 15일 내 이사회를 소집해 징계 내용을 재심의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향후 어떻게 결론 날지 모르지만, 이와 별도로 이 시장에 대한 연맹의 ‘솜방망이 징계’로 인해 축구계가 앞으로 더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제 오심이 나왔을 때 각 구단 현장(선수단)은 물론 프런트의 다양한 의견 표출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의도적 오심’은 철저히 단죄해야겠지만, 경기 중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심에 대해 객관적 증거 없는 비판이 봇물을 이룰 경우 한국프로축구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리그의 존재가치를 위협한 이 시장에 대해 ‘경고’에 그쳤으니,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져도 연맹으로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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