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거나 Fun하거나] 다정다감부터 묵직한 감동까지… ‘부성애’ 코드의 진화

입력 2014-12-09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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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연예계의 대표 키워드 중 하나는 ‘아빠’였다.

2013년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거듭나며 2013 MBC 방송연예대상까지 거머쥔 ‘아빠 어디가’를 비롯해 친구 같은 아빠의 양육 프로그램이 큰 반향을 이끌었다. 기다렸다는 듯 많은 육아 프로그램이 생겼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스크린에서도 유난히 ‘아빠’와 관련된 작품이 강세를 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브라운관과 달리 스크린 속 아빠는 다정다감한 아빠의 모습 뿐 아니라 진중하고 묵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빠’라는 콘텐츠가 진화한 것이다.


○ 여행부터 육아까지… ‘아빠들도 할 수 있다’


육아 프로그램의 조상 격인 ‘아빠 어디가’ 열풍은 대단했다. 육아에 서툰 아빠들과 도시 생활만 하던 아이들이 낯선 시골로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아이를 배려하고 그런 아빠와 함께 노는 아이들의 동심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이런 모습은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아이와 아빠의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빠 어디가’가 아빠와 자녀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더 이상 육아가 엄마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려준 프로그램이다. 방송 초반 ‘아빠 어디가’의 아류작이 아니냐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KBS 2TV의 효자 프로그램이 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실생활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핵심이다.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우는 아이를 재우는 아빠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뭔가를 해낼 때, 특별한 일상은 아니지만 자녀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아빠들의 노력과 애틋한 사랑에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 눈물부터 나는 ‘우리네 아버지’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에서도 ‘아빠’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유독 ‘아빠’를 다룬 작품이 많다. 스크린 속 아버지는 격동의 시기에 살았던 보수적인 가장, 또는 우리가 몰랐던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다. 아들에게 한 번도 당당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무명배우 ‘성근’(설경구)이 김일성의 대역으로 뽑혀 필살 적으로 연기를 펼치다 스스로 김일성이라 생각하며 그의 모습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나의 독재자’는 ‘부성애’를 색다르게 그린 작품이다. 애절하고 따뜻한 부성애가 아닌 무뚝뚝하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는 부성애다.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최고의 배우인지 알았던 어린 아들이 아버지의 첫 무대를 보고 크게 실망하자 아버지 성근은 김일성 대역을 연기하며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겠노라 다짐한다. 아들을 향한 마음에 지나친 연기 몰입으로 빠졌지만 끝내 그는 아들에게 상처로 남았던 아버지의 무대를 성공리에 마무리하며 묵직한 부성애를 보여줬다.

17일 개봉하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도 평범한 남자의 특별한 ‘가족 사랑’을 그렸다. 1950년 한국전쟁 흥남철수부터 1983년 이산가족 상봉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생생하게 담아낸 ‘국제시장’은 어릴 때부터 집안의 가장이 된 ‘덕수’(황정민)가 오로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삶을 바친 이야기를 담았다. ‘국제시장’은 사실 ‘아버지’의 이야기 아닌 대한민국 격동의 시기를 보낸 한 남성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이야기이기에 가슴에 와 닿는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생계를 위해 이역만리 타국에 가서 사무치는 외로움을 참으며 일을 한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절로난다. 지금은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고집불통 영감인 우리 아버지의 찬란했지만 스스로를 희생해야 했던 젊은 시절을 보며 묵직한 감동이 밀려온다.

어쩌면, 우리는 늘 ‘아빠’ ‘부성애’라는 콘텐츠 주변에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은 가족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넘쳐나니까.

하지만 유난히 ‘아빠’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외로운 현대인들이 따뜻한 엄마의 품과 함께 아빠의 품에도 안기고 싶은 게 아닐까. 유독 빨리 찾아온 추운 겨울, 아빠의 사랑으로 가득 찬 프로그램에 풍덩 빠져보는 것은 어떨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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