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웃지못할 옥에 티

입력 2014-12-1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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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로 유명한 ‘미생’ 제작진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옥에 티’를 만들어내 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제공|tvN

야근후 퇴근 준비…노트북 시계는 웬 ‘오후’ 12시22분?

제작진의 철저함에 두 손 두 발을 들 수밖에 없다. 눈에 불을 켜고 보지 않는 이상 ‘옥에 티’를 찾아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만큼 ‘미생’의 디테일은 ‘완생의 경지’에 올랐다. 그럼에도, 옥에 티는 분명, 있었다. 스포츠동아가 매의 눈으로 찾아낸 옥에 티, 하지만 이 정도라면 애교로 봐줄 만하다.


● 촬영상 실수?


2회, 장그래(임시완)와 안영이(강소라)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장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장그래가 타기 직전과 탔을 때 바닥이 다르다. 두 장소에서 촬영해 엘리베이터 안팎이 달랐기 때문이다. 4회 장그래가 PT에 나선 장면. 왼쪽 슬리퍼를 들고 있는 장그래를 옆에서 찍다 정면으로 카메라 앵글을 바꾸니 장그래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오른쪽 슬리퍼였다.

10회에선 하대리(전석호)가 야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그의 노트북 시계를 비춘다. ‘오후’ 12시22분. 촬영을 낮에 했나보다.


● 매의 눈으로 봤다


13회에서 장그래는 휴게실에서 안영이와 함께 커피를 탈 때 하늘색 셔츠를 입었다. 하지만 휴게실을 나서는 그의 셔츠는 흰색으로 바뀌었다. 안영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쥐도 새도 모르게 옷을 갈아입은 걸까. 16회에서는 장그래가 다이어리에 정갈하게 적어 놓은 일정표가 등장한다. 장그래는 한 날짜 칸에 ‘YES? YES!’를 적으며 마음을 다진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글들은 임시완의 글씨가 아니다. 그의 진짜 필체는 6회에서 박대리(최귀화)에게 건넨 쪽지에 ‘무책임해지세요!’로 확인할 수 있다. 악필에 가까웠다.

‘미생’ 제작진은 촬영 전 1년 6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소품 하나하나를 철저히 관리하며 챙겼다. 무역회사 출신 회사원을 자문위원으로 두고 도움을 받았다. 또 2명의 보조작가는 한 무역회사에서 두 달 동안 인턴 체험을 하며 익힌 분위기를 글로 옮겼다.

‘미생’은 그런 완벽함과 애교로 봐줄 만한 ‘옥에 티’로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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