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얼어붙은 이적시장…중국·중동만 웃나

입력 2014-12-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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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중앙수비수 김주영(왼쪽)과 전북현대의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은 새 시즌을 앞두고 각각 중국과 일본으로 떠났다. 그러나 국내축구이적시장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다. 스포츠동아DB

K리그 구단들은 자금사정 악화로 위축
김남일·황진성 日J2리그 교토상가 진출
김주영 中상하이행 등 해외 이적 소식뿐
오일달러 중동의 국내선수 러브콜 여전

K리그 이적시장이 시작됐다. 겨울이적시장의 공식 개장은 내년 1월이지만, 물밑 접촉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창’이라는 표현은 쓰기 어렵다. 클래식(1부리그)이든, 챌린지(2부리그)든 잔뜩 위축됐다. 아예 돈 보따리가 홀쭉해졌다. 축구계에선 “역대 최악”이라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오래 전부터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기업구단은 자금을 풀지 않고, 도시민구단들은 긴축경영을 하고 있다. 일찌감치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한 구단은 물론 이해당사자인 선수 대리인(에이전트)과 선수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 ‘대세’ 중국-중동, ‘대안’ 동남아

중국과 중동의 공습이 무서운 요즘이다. 중국에선 신흥재벌들이 진정한 재력가로 인정받으려면 축구클럽 하나쯤은 보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태극전사들이 이미 둥지를 튼 광저우 에버그란데-광저우 푸리-베이징 궈안 등 익히 알려진 클럽 외에 최근에는 상하이 이스트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다. 국가대표 중앙수비수 김주영(서울)이 23일 상하이행을 확정했다. 조건이 엄청나다. 이적료가 한국 수비수로는 역대 최고액인 250만달러(약 27억 원)에 달하고, 순수 연봉은 10억원을 훌쩍 넘긴다.

‘오일달러’로 무장한 중동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 걸쳐 좋은 선수들을 싹쓸이하고 있다. 올해만 공격형 미드필더 이명주와 공격수 이근호가 각각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과 카타르 엘자이시로 떠났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도 끊임없이 한국선수들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도 부족해 동남아시아도 강세를 떨친다. 태국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가능성과 잠재력이 크다.

그렇다면 한때 국내선수들이 가장 선호했던 일본은 어떨까. 유럽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본은 나름 ‘후한 처우’를 보장해온 나쁘지 않은 행선지였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엔화의 가치 하락과 경기침체 탓이다. 그래도 용병들에 대해선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어 전혀 매력이 없진 않다. 올 시즌 전북현대의 클래식 우승에 기여한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과 AFC투비즈(벨기에)에서 뛴 황진성도 J2리그 교토 상가로 이적했다.


● 우울한 국내시장

가물에 콩 나듯 들리는 이적 소식 대부분이 해외가 중심이다. K리그의 상황은 아주 좋지 않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영입보다는 몸집 줄이기에 매진하는 분위기다. 당장이 급해 미래를 구축할 형편도 아니다.

22일 FA(자유계약) 취득자 200명이 공시됐지만, 말이 좋아 FA 신분이지 몇몇 핵심 선수들은 이적조건이 까다롭다. 이적료나 이적보상금이 없으면 이동이 어렵다. 이적보상금이란 쉽계 말해 새로 안착할 팀에서 해당 선수가 전 소속팀에서 받은 연봉을 돌려주는 제도다. 즉, A구단에서 연봉 5000만원을 받던 B선수가 C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C구단은 A구단에 5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C구단은 B를 영입하기 위해 연봉을 동결하더라도 최소 1억원이 필요하다. 올해 FA 200명 중 11명은 이적료가 필요하고, 60명은 이적보상금이 적용된다.

용병시장도 암담하다. 이적료 40만∼60만달러가 하위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해당 금액에 K리그로 넘어올 외국인선수는 많지 않다. 최대 100만달러를 넘기기 어렵다보니 선발 폭이 지극히 좁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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