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찬휘, 록커와 댄스가수 사이의 ‘현명한 선택’ [인터뷰]

입력 2015-01-08 0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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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찬휘,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무한도전-토토가’ 열풍이 무섭다. 방송이후 출연가수들의 대표곡들은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넘어 음원차트에 재등장했고, ‘토토가 시즌2’와 브랜드 공연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토토가’의 이 같은 열풍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구석도 있다. ‘토토가’가 방송되기 전부터 90년대 음악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고, 실제 90년대 음악을 내세운 하는 ‘청춘나이트’나 ‘밤사콘서트’ 같은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토토가’ 같은 이슈는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토가’에 출연한 가수들 중 일부는 90년대 스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재 진행형인 스타들도 존재한다.

쉬지 않고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을 이어온 스타들이지만 그 중간과정은 사라지고 이제야 나타난 것처럼 과거의 곡들만 조명되는 모습은 이들을 반강제적으로 ‘원히트원더’로 만든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소찬휘 역시 이와 같은 ‘현재 진행형’ 가수이다. 1996년 데뷔이후 거의 해마다 새로운 앨범과 신곡을 발표해왔고, 올해도 어김없이 신곡 ‘글래스 하트(Glass heart)’를 발표했다.

여전히 ‘헤어지는 기회’ 혹은 ‘현명한 선택’, ‘Tears’ 등으로만 기억하는 팬들에게 ‘글래스 하트(Glass heart)’는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는 곡이다.

‘글래스 하트(Glass heart)’에는 소찬휘 특유의 아찔한 고음대신 잔잔하고 감성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발라드 곡이기 때문이다.

소찬휘 본인 역시 ‘글래스 하트(Glass heart)’에 대해 “예전부터 나의 앨범을 듣지 않은 젊은 세대는 ‘소찬휘에게 이런 목소리가 있었나’ 할 정도로 저음의 조용한 스타일로 노래를 불렀다”며 “평소 부르는 음악 키보다 한키 반 정도 내려서 시작한다. 기존 음악보다 음역대가 낮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나이를 먹다보니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노래가 필요했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라며 “조금 적응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찬휘에게도 저런 노래 창법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노래의 의도를 밝혔다.

이처럼 19년이라는 세월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선보여온 소찬휘를 ‘Tears’로만 기억하고 이것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본인 역시 서운함을 느낄 만도 하다.

실제 소찬휘는 “그 부분도 없지는 않다”라고 이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이어 “1년에 한 번씩 신곡을 내고 활동하는 가수다. 그런데 신곡내고 라디오 같은데 나가면 꼭 신곡과 ‘현명한 선택’이나 ‘Tears’를 함께 튼다. 게다가 라이브는 신곡보다 ‘현명한 선택’이나 ‘Tears’를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소찬휘는 곧 “사실 어쩔 수 없다. 많은 분들이 갖고 있는 ‘소찬휘가 아직까지 이 노래가 될까’하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에 노래를 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다”라고 초탈한 모습을 보였다.

소찬휘,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물론 소찬휘가 자신의 과거 곡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소찬휘는 당시 추억을 되살리고 과거 팬들과 어린 친구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상황을 감사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소찬휘는 “나도 방송이 끝나고 ‘토토가’를 다시 봤다. 나도 90년대 세대라 노래가 다 주옥같다고 느꼈는데, 그날 오신 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그때 청춘이었고 한창 잘나갔던 시절인 만큼 그 문화에 열광하는 것 같다”라고 ‘토토가’ 열풍 이유를 되짚었다.

이어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에 한 고등학생이 ‘아빠가 소찬휘, 엄정화 팬인지 몰랐다’고 썼더라”라며 “자신의 엄마, 아빠가 이런 가수들의 팬이었다는 게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됐다. 90년대 세대의 2세들이 엄마, 아빠가 좋아했던 가수가 어떤 가수였는지 찾아보는 그런 상황이 왔다”라고 신구 세대의 조화를 이끌어낸 ‘토토가’ 열풍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토토가’와 신곡 발표 일정이 겹치게 된 소찬휘는 그 덕분에 신곡 ‘글래스 하트(Glass heart)’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관심의 대상은 여전히 ‘지금의 소찬휘’보다 ‘과거의 소찬휘’에게 더 집중돼 있다.

이 같은 관심을 ‘지금의 소찬휘’로 옮겨가게 해야 하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소찬휘는 “좋은 노래가 나오면 히트하겠지라고 편하게 생각 한다”라고 이를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또 하나 다행인 점은 소찬휘 본인이 지금의 음악을 정말 ‘행복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록 밴드로 가수를 시작한 소찬휘는 지난해 3월 락타이거즈의 멤버 로이와 발표한 로커빌리 앨범을 두고 “그 음악을 내고 활동할 때 너무 행복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이었고, (이전보다)더 많이 행복했다”라며 “(내가 하고 싶은)음악을 했으니 이번 곡은 다시 예전 멤버들과 같이 하고, 그러는 게 재밌다”라고 지금의 음악활동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소찬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서 싸워온 20년이 아닌가 싶다”라며 “대중적인 걸 하다 보니 록 음악이 아닌 댄스음악으로 데뷔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록 음악이었다. 그러다보니 프로듀서와 많이 싸웠고, 예전 앨범을 보면 타이틀은 댄스지만 내용은 록인 형식이었다”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현재에 감사했다.

결과적으로 데뷔곡 ‘헤어지는 기회’와 ‘현명한 선택’, ‘Tears’는 소찬휘에게 가장 큰 선물과 고민을 동시에 안긴 애증의 곡이 됐다.

그렇다면 과연 소찬휘는 자신이 하고자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인기는 있었던 이때와 인기는 다소 떨어졌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는 지금 중 어느 쪽을 선택할까.

직접적인 대답대신 소찬휘는 “데뷔하기 전으로 돌아가라면 절대 가기 싫다”라며 자신의 과거 경험을 언급했다.

소찬휘는 “록 음악을 하면서 너무 춥고 배고파서 욕심만 가지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라며 “94년도에 성수대교가 붕괴됐는데, 그날 작은 방에 혼자 TV에서 그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더 이상은 내가 이렇게 지내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집을 꺾고 96년도에 솔로 앨범으로 댄스 음악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데뷔앨범을 낼 때는 같이 음악 하던 선후배와 연락을 다 끊었었다. 그러다가 ‘현명한 선택’을 내고 나니 많은 분들이 격려하고 좋아해주더라”라며 “데뷔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라면 단연코 가지 않겠다고 하고 싶다”라고 이상과 현실의 ‘현명한 선택’을 강조했다.

소찬휘,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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