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한석율 캐릭터? 하나씩 비워내고 있어요”

입력 2015-01-1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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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으로 주목받는 연기자 변요한. 독립영화를 두루 거친 그는 처음 출연한 드라마로 얻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tvN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 변요한 을 만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6기 출신
소속사 없이 활동하며 연기 열정 키워
“미생으로 얻은 기대…좋은 연기로 보답”


“억지로 한석율을 놓고 싶지 않다.”

드라마 한 편으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개월 만에 모든 상황이 변했다. 서른 살에 맛본 인기. 아직은 어색하고, 익숙해지고 싶지만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예전 그대로” 지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에 출연하기 전과 같은 변요한으로 살기로 한 것이다.

변요한은 ‘미생’에서 한석율을 연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캐릭터 중 유일하게 유머와 위트로 주변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고,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요행을 부린다기보다는 수완이 좋은 인물이라는 설명이 어울린다. 대중은 이러한 한석율과 변요한을 동일시했다.

“억지로 한석율을 놓아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한석율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비워내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다. 물론 한석율이란 캐릭터에 발목을 잡힐 일이 있겠지만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제 숙제다.”

변요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6기 출신으로 2011년 영화 ‘토요근무’를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토요근무’에 앞서 연극 무대에는 꾸준히 서왔지만,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첫 드라마인데 너무 빠른 시간에 대표작을 만났다”며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무명이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계속해서 작품을 해오다 ‘미생’을 만난 것이다. ‘타이밍’이라고 할까. 지금 이 때 ‘미생’을 만난 것뿐이다. 좋은 작품을 다같이 만들고 싶었지, 연기를 하면서 단 한번도 저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뜨고 싶어 연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변요한은 첫 작품을 “일부러”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를 선택한 것이었다. 인기에 연연했다면 대학시절 자신의 성장가능성을 알아보고 연락해온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했을 터.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의 크기를 스스로에게 되물어가면서 그 열정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나갔다. 이러한 아들의 치열함을 옆에서 지켜본 목사 출신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학도 갔고, 군복무도 빨리 마쳤다.

“아버지가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셨고, 또 군대를 빨리 가라고 하니 처음에는 여러 부분에서 자주 부딪혔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아버지의 선견지명이셨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슬럼프가 있었다. “연기에 대한 조바심”이 그를 멈추게 만든 것이었다. 2012년 영화 ‘목격자의 밤’을 만나기 전 5∼6개월간 모든 것을 손에서 놓았다. 그 때 변요한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연기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스스로 휴식을 택했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연기, 그 까지 것’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나섰다. 그리고 ‘목격자의 밤’을 거쳐 지금의 변요한으로 다시 설 수 있었다. “보약 한 첩을 미리 먹은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미생’으로 책임감이 커졌다. 독립영화 찍을 때부터 몇 명이 기대하든 그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 마음이 더욱 크다. 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잘 살아야겠다. 그리고 매일 가던 커피숍에 가서 여느 때처럼 커피도 마시고 할 것이다.”

그는 연기도 열심히 하겠지만 “노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적절한 휴식은 “집중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생’으로 인해 ‘연기자 변요한’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하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만년 하위팀’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이야기를 꺼냈다. 변요한은 “이 팀에는 뭔가 뚝심이 있다”며 내일을 향해 묵묵히 나아갈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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