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단장 열전] 무어 단장의 생존본능, 로열스 기적을 부른다

입력 2015-01-16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캔자스 출신…어린시절부터 로열스 골수팬
1985년 선수생활 접고 스포츠경영에 첫 발
1994년 스카우트에서 12년 만에 단장까지
스카우트·팜시스템 육성으로 스몰마켓 극복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한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기적의 팀’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정규시즌 162경기 동안 로열스가 기록한 홈런은 고작 95개로 전체 1위에 오른 볼티모어 오리올스(211홈런)의 45%에 불과했다. 막강 투수력을 앞세워 89승을 따내며 포스트시즌에 힘겹게 오른 로열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7회까지 4점 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연장 12회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9-8로 물리치며 기적의 서막을 알렸다.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해진 로열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LA 에인절스를 3경기 만에 물리쳤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4경기 만에 제압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비록 1985년 이후 처음 노린 월드시리즈 패권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3승4패로 무릎을 꿇어 내줬지만 많은 팬들은 ‘미러클 로열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스몰마켓 팀의 한계를 극복하고 월드시리즈 진출의 쾌거를 이룬 로열스의 데이튼 무어 단장은 2015년에도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 무명의 야구 선수

1967년 캔자스주 위치타에서 태어난 무어 단장은 어린 시절부터 로열스의 골수팬이었다. 특히 로열스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1985년 월드시리즈는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조지 메이슨 대학 시절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만한 실력은 갖추지 못했다. 같은 대학에서 스포츠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면서 팀의 코치로도 활약하며 선수로서 못다 이룬 한을 풀었다.

그가 메이저리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4년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스카우트로 일을 했다. 이후 서서히 승진을 거듭하다 2005년 8월 부단장으로 발탁됐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 후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 후보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듬해 6월 고향팀 로열스의 제의를 받고 마침내 단장직에 올랐다. 불과 12년 만에 최말단에서 메이저리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단장이 되는 신화를 이뤄낸 것이다.


● 스몰마켓 팀의 비애

그가 부임한 2006년의 로열스는 62승을 거둬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5개 팀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2007년과 2011년 꼴찌를 포함해 최하위 3차례, 4위 2차례 등 로열스는 늘 승리보다 패배가 많은 만년 약체 팀이었다. 빡빡한 재정 탓에 특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매년 시행되는 윈터미팅에서 무어 단장은 들러리 수준에 불과했다. 2010년 시즌을 마친 후 팀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가 공식적으로 이적을 요구하자 밀워키 브루어스로부터 유망주들을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팀에 대한 애정이 없는 투수를 시즌 내내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대신 팀의 유망주들을 최대한 보호하며 서서히 체질 개선에 나섰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중남미 유망주 스카우트에 총력을 기울인 끝에 조금씩 성적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대형 트레이드와는 인연이 없던 로열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2012년 겨울이었다. 에이스급 투수 확보를 위해 여러 팀과 조율을 하던 중 탬파베이 레이스와 빅딜을 성사시킨 것이다. 우완 선발 제임스 실즈와 강속구가 주무기인 우완 불펜투수 웨이드 데이비스를 영입하는 대신 유망주 윌 마이어스, 투수 제이크 오도리지, 2명의 마이너리거를 내주는 데 합의했다. 2013년 시즌을 마친 후에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외야수 카를로스 벨트란을 다시 영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물량 공세를 펼친 뉴욕 양키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우완투수 제이슨 바르가스와 일본인 외야수 아오키 노리치카를 확보해 내실을 기했다.


● 로열스의 생존법

현재 로열스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는 팜시스템 출신이 대부분이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로 성장한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는 베네수엘라 태생으로 그가 16살 때 6만5000 달러를 주고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 5년 700만 달러의 조건으로 장기 계약을 맺어 최소 2년 더 로열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시속 100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는 켈빈 에레라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2019년에나 FA 자격을 얻는다. 2년 연속 올스타에 뽑힌 마무리 투수 그렉 홀랜드는 2007년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에서 지명했다. 그레인키의 브루어스 이적 때 받은 유망주로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외야수 로렌조 케인와 유격수 알시데스 에스코바르가 대표적이다. 두 선수는 정규시즌에서 59개의 도루를 합작했고, 뛰어난 수비 실력을 뽐냈다. 지난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수준에 머물렀던 케인은 올 시즌 처음으로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게 됐다. FA는 2018년에나 신청할 수 있다. 2015년에 4년 1050만 달러의 계약이 만료되는 에스코바르는 향후 2년 동안 구단에서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지만 지난해 전 경기에 출전했다.

백업 외야수로 팀에서 가장 발이 빠른 재러드 다이슨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50라운드 1475번째로 지명했다. 지난해 캔자스시티의 4번째 외야수로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36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아메리칸리그 3위에 올랐다. 올해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는 그의 지난 시즌 연봉은 53만 달러에 그쳤다. 2015시즌 로열스는 23세에 불과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요르다노 벤추라가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FA 자격을 얻은 제임스 실즈를 잡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벤추라의 지난해 연봉은 50만500달러였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이번 회를 끝으로 ‘손건영의 ML 단장 열전’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