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도찐개찐팀 “풍자도 공감이다, 웃음도 공감이다”

입력 2015-01-21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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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찐개찐∼, 도찐개찐∼♪” KBS 2TV ‘개그콘서트-도찐개찐’의 박성호·이종훈·류근일·곽범·김병선(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은 웃음과 함께 세상을 향해 일침을 날린다. 이들은 “다수가 공감해야만 풍자가 되고 웃음도 자아낼 수 있다”고 철학을 밝혔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KBS 개그콘서트 도찐개찐팀

이종훈·류근일·곽범·김병선 기획코너
박성호 “후배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이종훈 “다수가 공감해야 개그 소재로”
아빠 된 곽범·신인 김병선도 코너 애착

‘뽀글’ 머리에 윷 모양을 한 빨강, 파랑, 초록, 노랑색 의상을 입고, 4분의 4박자에 맞춰 양발을 번갈아가며 스텝을 밟는다.

평균 3분의 시간 동안 개그를 만들어가는 KBS 2TV ‘개그콘서트-도찐개찐’팀의 모습이다. 선배인 박성호(41)를 필두로 이종훈(33)·류근일(29)·곽범(29)·김병선(30)은 ‘도토리 키재기’와 같은 다양한 상황을 유쾌하게 표현해 웃음을 주고 있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위해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은 이들은 서울 여의도의 한 공원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포즈를 취하기 바빴다.

사실 당초 기획단계의 ‘도찐개찐’팀에 박성호는 없었다. 제작진 회의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눈여겨본 박성호가 참여해 다시 새롭게 다듬고 제작진에게 약간의 ‘입김’을 넣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박성호의 합류로 네 명이 한 자리씩 밀려나면서 ‘윷’ 의상이었던 김병선이 ‘강아지’ 역할을 하게 됐다.

박성호는 “다섯 중에서 제가 가장 제작진과 소통이 활발하다보니 얘기를 잘 해 한 달 정도 시간을 벌었다. 연습을 해 드디어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며 “후배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느낌이라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의상에 얽힌 뒷이야기도 있다. 초기에 “허접하게 보이고 싶어” 윷과 똑같은 색깔의 바지를 입었다. 하지만 시청자의 거부감을 읽고 “굳이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으로 색색의 바지로 교체했다.

또 기획단계에는 아나운서협회와 국립국어원 등에 문의를 하기도 했다. ‘도찐개찐’이라는 단어가 주는 비속어적 느낌 때문이었다. 문의 끝에 ‘도찐개찐’이 ‘도긴개긴’의 충청도 사투리임을 알게 되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겪은 이들은 개그를 짠다고 하지 않고 “찾는다”고 한다. 웃음을 주지만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 걸친 이야기를 소재 삼아 풍자하며 때로는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이종훈은 “풍자도 공감이다. 다수가 공감하는 것을 개그로 사용하는 것이지 절대 저희만의 생각을 넣지는 않는다. 결국 이를 통해 웃음을 주는 게 개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름의 개그 철학을 지닌 이들의 개성 역시 뚜렷하다.

1997년 데뷔해 올해로 19년차인 박성호는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연장자이지만 웃음을 위해서는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여자가 ‘쌩얼’로 밖에 나가길 꺼려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분장을 하면 뭔지 모를 자신감이 붙고, 개그도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11개월의 아이를 둔 곽범은 ‘도찐개찐’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그동안 많은 코너를 해왔지만 대중의 기억에 거의 없다. 시청자가 좋아하는 코너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김병선은 서울대 체대 출신으로, “개그가 하고 싶어” 무작정 개그맨이 됐다. 선배들은 “김병선이 요즘 개그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한다”며 “언젠가는 돌아갈 것”이라고 농담을 던진다. 그러자 김병선은 “무대 경험을 많이 쌓고 있어 너무 좋다”며 받아친다.

선배와 막내 사이 10년 이상의 세월이 가로막고 있지만 개그맨이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개그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탄탄한 팀워크가 묻어났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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