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레오가 20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LIG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이 블로킹을 위해 높이 뻗은 손끝까지 머리가 솟구치는 월등한 점프 능력을 선보이며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대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사흘 쉰 레오 41득점·6블로킹 만점활약
이변은 없었다. 위기를 맞았지만 삼성화재에는 노련함이 있었다. 삼성화재가 LIG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삼성화재는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V리그 LIG전에서 세트스코어 3-1(19-25, 29-27, 25-23, 25-22)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19승5패, 승점 56점으로 선두를 굳건히 했고, 2위 OK저축은행이 자력으로는 1위에 올라서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었다.
삼성화재로서는 중요한 경기였다. 14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하며 7연승이 끊겼던 터라 LIG전에 대한 부담이 컸다. 긴장의 고삐를 더 조여야할 때였지만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가속페달 대신 브레이크를 밟았다. 신 감독은 경기가 없던 엿새간 선수들에게 이틀의 휴식을 줬다. 평소 훈련양이 많기로 유명한 팀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힘들어할 시기였다”며 “이제 와서 특별히 작전 얘기할 것도 아니라서 별 말 안 했다. 선수들이 ‘이틀만 쉬자’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선수들이 알아서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할지 생각해서 움직일 때”라며 책임감을 부여하고는 “감독은 선수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어주고,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진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틀간 꿀맛 같은 휴가를 보냈다. 선수단 버스기사 엄용주 씨의 아들이 출연한 영화 ‘국제시장’을 함께 관람하면서 지친 머리를 식히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전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레오에게는 사흘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신 감독은 “레오는 ‘지금 몸보다 머리가 힘들다’고 하더라. 경기수도 많고 자신의 역할(에이스)을 잘 알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며 “이번에 푹 쉬게 해줬다. 어제(19일) 훈련을 보니까 몸이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삼성화재는 1세트를 19-25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세트를 4번의 듀스 끝에 29-27로 이기며 분위기를 타더니 3세트도 25-23으로 이겼다. 레오는 사흘 휴식 후 다시 살아난 모습이었다. 2세트 22-22에서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는 괴력을 보였다. 이번 시즌에만 4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2세트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역대 4번째 선수(안젤코, 까메호, 다미)가 됐다. 최종 성적은 41득점(백어택15 서브에이스3, 블로킹6). LIG 문용관 감독은 적군이지만 레오에 대해 “어려운 상황에서 해결할 줄 아는 선수다”며 “범실도 하지만 경기를 끝내야 할 때 점수를 낼 줄 아는 에이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확실한 에이스 덕분에 삼성화재는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칠 수 있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