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호 “10년이 되니 이제 ‘진짜 배우’란 느낌이 든다”

입력 2015-01-3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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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정호. 사진제공|쿰엔터테인먼트

연기자 유정호(36). 그의 이름을 아는 대중은 사실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이름은 모르더라도 얼굴은 제법 많이 알려졌다.

1000만 영화 ‘국제시장’에서 황정민과 오달수를 제외한 한국인 광부 4명 중 한명으로 출연하면서 인상을 남겼다. 채석하다 휴식 중에 동료들과 둘러 앉아 빵을 먹으며 딱딱하다고 투덜대던 인물이 바로 유정호다.

1000만 이상의 관객과 만난 그는 현재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을 통해 시청자와도 만나고 있다.

2008년 영화 ‘울학교 이티’의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10년이 다됐지만, 그에게는 지금이 다시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있는 것과 같다. 불과 몇 개월 만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수 천 만 명의 대중을 알아가고 있다.

유정호는 ‘국제영화’에 대해 “10년을 잘 버틴 선물”이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1000만 영화에 제가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매일같이 관객 수를 체크하며 그래프가 상승하는 것을 봐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살면서 처음으로 느끼는 성취감을 맛봤다. 저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경험이었다.”

유정호가 앞으로도 연기자로 살아가는데 있어 ‘국제시장’이 큰 동기부여가 됐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왕의 얼굴’로 드라마를 처음으로 경험한 그는 “현장이 워낙 빨리 돌아가다 보니 ‘정신 차리지 않으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시야가 예전보다 넓어졌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렇게 웃기까지에는 상당한 고민이 따랐다. ‘국제시장’과 ‘왕의 얼굴’을 만나기 전까지 주변에서는 ‘이만하면 되지 않았느냐’ ‘지금이라도 빨리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좋지 않으냐’라는 말을 해왔다. 상대방은 유정호를 아끼는 마음에 내뱉었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힘이 빠지는 말이기도 했다.

“격려라기보다는 연기 활동에 대한 만류로 들렸다. 사업을 같이 하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만둬야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오기가 강해졌다.”

비록 10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유정호는 지금 자신의 옛 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그는 “이제는 만류했던 사람들이 진심으로 응원해준다. 특히 부모님이 좋아해주신다. 제가 효도하는 일은 연기자로 잘 되는 것 밖에 없다”고 나직하게 말한다.

유정호는 2009년 겪었던 슬럼프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평소에는 자신의 방 한 구석에 쌓여있는, 오디션 때부터 모아온 대본과 자료, 스케줄표 등을 바라본다고 한다. 또 꺼내어 다시 읽어보며 당시의 자신을 떠올린다.

“대본을 보면 당시의 현장 분위기와 공기,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 등이 생각난다. 일기형식으로 쓰는 ‘용기노트’에는 그때마다 기록을 남긴다. 저 나름대로 작품을 분석하고, 제 연기에 대해 평가하면서 고쳐야할 부분을 찾아 보완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관객과 연기자의 눈으로 본 두 가지 감상을 쓰기도 한다.”

그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지금까지 연기를 해올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사할 때 다른 것은 다 버려도 자료는 절대 버리지 말라고 부모님께 신신당부를 한다”고 했다.

유정호는 “그 때의 감정과 세포를 남겨두고 싶어” 지금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10년을 되돌아보고, 또 내일을 바라본다.

이제야 “욕심을 내보아도 되겠지”라고 자신에게 조심스레 허락을 받고 있다.

“저의 존재감을 더욱 알릴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싶다. 유치하겠지만 ‘연기 너무 잘 해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대중이 저를 보고 배우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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