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父 “청용이 EPL 복귀…순식간에 이뤄졌다”

입력 2015-02-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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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의 부친 이장근씨-이청용(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이청용 부친이 전하는 크리스털 팰리스 이적 막전막후

이적시장 마지막날 ‘런던행’ 통보 받아
마감 4시간 앞두고 메디컬테스트 완료
볼턴 ‘헐시티행’ 제안에 한때 협상 중단
협상 재개…마감 25분 남기고 최종합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털 팰리스가 챔피언십(2부리그) 볼턴에서 활약해온 이청용(27)에게 처음 관심을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이다. 비슷한 시기 선덜랜드, 스토크시티, 헐시티(이상 EPL), 피오렌티나(이탈리아 세리에A)와 독일 분데스리가 하위권의 2개 팀이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크리스털 팰리스가 좀더 적극적이었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공동 오너 겸 구단주인 스티브 패리시가 필 가트사이드 볼턴 회장에게 직접 연락했다. 이청용은 닐 레넌 볼턴 감독과 3차례 개인면담을 했다. 그러나 이청용 측은 비슷한 조건이면 이적에, 볼턴은 재계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렇게 1월이 됐고, 유럽축구 겨울이적시장이 본격화됐다. 이청용은 거취와 관련한 일체를 에이전트에게 위임한 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그의 존재감을 떨칠 절호의 기회였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오만과의 조별리그(A조) 1차전에서 정강이뼈를 다쳐 중도하차했다. 곧장 볼턴으로 복귀해 재활에 매진했다.

한창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스토크시티가 발을 뺐다. 그래도 조급할 이유는 없었다. 볼턴에 잔류하더라도 올 시즌 후에는 FA(자유계약) 신분이 돼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새 둥지를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흘러 드디어 이적시장 마지막 날이 됐다. 현지시간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3일 오전 8시)까지 모든 조건이 명기된 계약서에 서명하고, 메디컬 테스트까지 마쳐야 했다. 이청용도 입장을 확실히 정리했다. 끝까지 관심을 거두지 않은 크리스털 팰리스가 아니면 당장 떠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기다리던 연락이 온 시점은 오전 6시 무렵이었다. “(떠날)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였다. 이청용은 평소처럼 구단 훈련장으로 이동해 재활치료를 받았는데, 이 때까지는 또 별 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오전 11시 가트사이드 회장과 레넌 감독이 면담하더니 빨리 런던으로 이동해 지정 병원을 찾아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라는 지시가 나왔다. 정오 무렵 맨체스터에서 출발한 열차가 런던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무렵. 메디컬 테스트는 오후 7시에 끝났다. 이제는 기다릴 일만 남았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볼턴이 크리스털 팰리스의 제안(이적료 50만파운드·EPL 잔류 시 50만파운드 추가 지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헐시티 행을 제안했다. 불편한 시간이 또 흐른 뒤 볼턴은 이를 철회했고, 협상은 재개됐다. 오후 10시35분 최종 합의안이 도출됐다. 남은 것은 연봉 등 세부조건이었다. 볼턴에서 이청용은 챔피언십 최고 수준인 주급 3만파운드(약 4900만원)를 받고 있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이에 대한 일부 조정을 희망하다 결국 이청용 측의 입장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들의 상황을 함께 살피고 고민하느라 국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청용의 아버지 이장근 씨는 “1일 늦은 밤까지도 별 이야기가 없다가 순식간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정말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다. 앞서 볼턴이 계약기간을 꽉 채운 뒤 선수들을 이적료 없이 내보낸 사례를 여러 번 지켜본 터라 솔직히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며 웃었다.

이미 반 깁스를 풀고 일상생활에 지장 없는 몸 상태가 된 이청용은 다음 주부터 볼 터치를 시작해 2주 뒤면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다. 이청용은 새 집을 구할 때까지 런던 시내 호텔에 머물며 적응기를 보낼 계획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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