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전지훈련 현장에서 만난 울산 구본상은 희생의 자세로 능력을 발휘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제공|울산현대
“우승트로피에 내 이름 석자 넣겠다” 각오
모두가 주연일 수는 없다. 선수들이 화려한 조명만 적는다면 그 팀은 망가지기 십상이다. 강팀에는 언제나 살림꾼이 존재한다. 묵묵히 그라운드에서 자신을 내던지는 선수가 필요하다. 울산현대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 구본상(26)을 영입했다.
구본상은 명지대를 졸업하고 2012년 드래프트 3순위로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각광받는 신인은 아니었지만, 데뷔 첫 시즌부터 20경기에 출전하며 얼굴을 알렸다. 2013시즌과 2014시즌에는 각각 30경기, 33경기에 나서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신인시절 ‘진공청소기’ 김남일(38·교토상가)과 함께 뛴 것은 구본상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다. ‘띠 동갑’인 스타 선배가 상대의 슛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리던 모습은 여전히 생생하다. 구본상은 “(김)남일 형으로부터 희생의 가치를 배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해야 한다. 빈자리가 있으면 메우고, 내가 힘들더라도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떠올렸다. 넓은 활동반경, 원활한 공수연결 등 그의 장점들은 차츰 K리그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울산행이 확정되자 인천 팬들은 아쉬움을 삼켰다. 그는 “인천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못하고 나온 것 같아 미안하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울산은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구본상은 새로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 조만간 세르베르 제파로프(우즈베키스탄)가 합류한다면 울산의 중원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 구성이다.
구본상은 울산에 합류한 이후 우연히 숙소에 진열된 우승트로피들을 살펴보게 됐다. 트로피 하단에는 당시 멤버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올 시즌에는 ‘구본상’이란 석자를 넣는 것이 목표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주인공이 되려고 한 적이 없다. 내가 튀려고 하면 팀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울산이 나를 필요로 한 만큼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부지런히 뛰겠다”며 웃었다.
미야자키(일본)|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