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응답하라 1994’ 촌놈들의 전성시대는 짧았다

입력 2015-02-11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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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미생' 이전에 tvN의 창의력을 대표하는 드라마였다. 이 작품은 작품의 흥행을 책임지는 톱스타도 없었고, 엄청난 제작비도 들지 않았지만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까지 모든 배우들을 대중들의 뇌리 속에 각인시키며 차세대 스타들을 연달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 이후 출연진들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갈린다. 성급한 일반화로 모든 출연 배우가 쓴맛을 봤다고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예상보다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으로 한순간에 인생역전을 한 배우 정우는 이후 공개된 '붉은 가족'에서 연인인 김유미를 만났지만 흥행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또한, 최근에 개봉한 영화 '세시봉'이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긴 했지만 '국제시장', '강남 1970'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시들해진 시기에 오른만큼 불안한 1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영화가 1960년대 포크 음악의 향수와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한 만큼 지금의 1위가 정우의 힘으로 보기 어렵다.

이어 드라마 속 정우와 연적관계였던 유연석은 tvN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에서 철저한 계획성을 지닌 리더 아닌 리더로 활약한 이후 본업인 연기에서 꽃을 피우진 못하고 있다.

유연석은 영화 '제보자'와 '상의원'을 통해 선악을 오가는 연기를 펼쳤다. '올드보이'나 '화이' 때와는 분명 달라진 위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에 비해 티켓파워는 다소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유연석과 함께 라오스에 갔던 손호준은 예능 꿈나무로 활약 중이다. 그는 tvN '삼시세끼', SBS '정글의 법칙'은 물론, 최근 이슈 몰이 중인 '삼시세끼-어촌 편'에서도 소탈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에서 손호준과 함께 전라도 사투리를 걸죽하게 구사하던 도희는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를 제대로 앓고 있다. 아이돌 출신인 것에 비해 능수능란한 감정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도희는 '내일도 칸타빌레', '하숙 24번지' 등을 통해 다양한 도전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현재 팀 역시 공중분해의 위기에 놓여있다.

이밖에도 '응답하라 1994'의 바로는 MBC '무한도전' 응원단 특집과 KBS2 '우리 동네 예체능' 등에서 출연했으며 여자 주인공이었던 고아라는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통해 시청률 1위를 거머쥐긴 했지만 큰 화제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히 '응답하라 1994'의 출연진들은 안정적인 연기와 넘치는 끼로 무장한 미래의 톱스타 재목들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표만 봐서는 이들이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드라마 속 모습처럼 거침없고 활달한 이들의 개성이 꽃피울 자리는 어디였던 것일까.

사진=tvN 제공, 동아닷컴DB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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