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 기자의 여기는 오키나와] 이승엽 “한국에서 2000안타 치겠다”

입력 2015-02-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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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오키나와 캠프에서 훈련 중인 이승엽은 이제 우리 나이로 불혹에 접어들었으나 야구를 향한 끝없는 열정을 약속했다. 영광이 아니라 시련이 이승엽을 원숙하게 만들었다. 스포츠동아DB

앞으로 296안타…2년간 꾸준한 활약 필요
올해 역대 첫 통산 400홈런 달성도 유력
“국민타자로 살아간다는 건 행복 그 자체
올 시즌도 그라운드서 결과로 보여줄 것”

대한민국에서 ‘이승엽’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승엽(39·삼성)은 한국프로야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고유명사다. 현역 선수이면서도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고, 삼성을 넘어 한국의 야구선수로 통한다. 한 시즌에 56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한국 국가대표 역사에 ‘8회의 기적’이라는 단어를 선사했다. 그런 이승엽이 지금 ‘행복’을 이야기한다. 이승엽이라는 선수로 살아온 행복, 그리고 여전히 최고의 선수로 살 수 있는 행복 말이다.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스물한 번째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이승엽은 자신이 쌓아온 역사에 대해 “행복하다”고 했다. “참 열심히 한 것 같다. 헛되게 보낸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 대한민국에서 ‘이승엽’으로 사는 것

최고의 야구선수가 되는 것. 누구나 부러워하지만, 모든 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이승엽은 “두 가지 감정을 다 갖게 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힘들 때면 많은 관심이 부담이 되고 귀찮을 때도 있다. 잘 할 때는 정말 원 없이 기분이 좋고 박수도 많이 받지만, 반대로 잘 못 할 때는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가야 한다”며 “그러나 관심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다른 선수들을 생각하면, 모든 게 배부른 핑계일 뿐이다. 내가 안고 가야 할 몫이고, 결국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 놓았다.


● 올해는 400홈런, 내년에는 2000안타?

모든 것을 다 이뤘을 것 같은 이승엽에게도 목표는 있다. 한국에서의 2000안타다. 이승엽은 삼성에서 12시즌을 뛰면서 통산 1704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딱 296안타가 남았다. 두 시즌, 혹은 세 시즌 정도 꾸준히 활약해야 밟을 수 있는 고지다. 물론 한일 통산 안타수로는 이미 2000안타를 넘고도 남았다. 일본에서 8년 동안 686안타를 때려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승엽은 “한일 통산은 공식이 아니기 때문에, 꼭 한국에서 2000안타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통산 홈런(390개)은 이미 이승엽이 1위다. 8년간 한국에 없었는데도 그렇다. 올해 열 개만 더 치면 역대 최초로 400홈런도 달성한다. 만약 일본 시절이 없었다면? 당시의 이승엽이 몇 개의 홈런을 더 쳤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일본 시절에 대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야구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단언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늘 최고였던 이승엽은 일본에서 환희와 좌절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때 경험해본 실패가 없었더라면 2013년에 부진했을 때 다시 일어서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행복했던 2014년, 기대되는 2015년

그래서 이승엽에게는 지난 시즌이 더 행복했다.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타자 이승엽의 건재를 알렸다.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이승엽이지만, 2014년의 성적과 기록은 평소와 다른 감정을 느끼게 했다. 그는 “지난 시즌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 언제나 내 한계를 뛰어 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결과를 남겼을 때의 뿌듯함과 만족감을 작년에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그렇게 새로운 원동력을 얻었다. 그는 “2013년에 부진하면서 모두가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 힘들어도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만족하면서 야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해 역시 나이와 관계없이 열심히 운동하겠다. 후배들과 똑같이 열심히 운동하고, 모든 건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말해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키나와(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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