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한가운데로 감아치기…“레오 서브 가장 무섭다”

입력 2015-02-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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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레오는 프로배구 감독들이 가장 무서운 서브를 넣는 선수로 꼽힌다. 서브 부문에서 시몬(세트평균 0.60)에 이어 2위(0.56)를 달리고 있지만 높은 타점과 온몸의 탄력을 활용해 강력한 서브를 구사한다. 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전에서 스파이크를 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삼성화재 레오 ‘공포 서브’의 비밀

정통파 투수처럼 상대코트 한가운데 조준
높게 공 띄운 후 온몸점프 탄력으로 때려
상대팀 감독들 “막을 방법은 흐름 끊기뿐”
타임아웃·비디오판독 등 끝까지 남겨놔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감독들은 서브를 꼽는다. 팀플레이의 도움 없이 오직 선수 한 명의 개인기량으로 득점하는 서브는 현대배구에서 더욱 공격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다.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에서 서브랭킹 1,2위는 OK저축은행 시몬(세트평균 0.60)과 삼성화재 레오(0.56)다. 3위 현대캐피탈 케빈(0.33)과 격차가 크다. 감독들에게 “현재 누구 서브가 가장 무서운가”하고 물어보면 “레오”라는 답이 많이 나온다. 서브 수치로는 시몬이 1위지만 레오의 서브가 주는 다양한 효과가 상대 감독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 레오의 서브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레오는 3년 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당시 호리호리하기보다는 깡말라 보였던 레오와의 면담에서 “네가 잘하는 것이 뭐냐?”고 물었다. 레오는 “공격과 서브”라고 했다. 삼성화재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깡마른 체구에 근육을 입힌 레오는 그의 장담처럼 무시무시한 서브를 넣기 시작했다.

레오는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한다. 전력을 다해 감아 친다. 상황에 따라 천천히 맞히는 컨트롤 샷을 하거나 플로터 서브를 넣는 것은 레오의 머리에 없다. 오직 공격이다. 과감하게 공을 후린다. 높은 타점으로 공을 띄워놓은 뒤 자신의 점프와 온몸을 사용하는 탄력으로 공을 때린다. 올스타전에서 나왔던 남자선수의 스파이크 최고스피드 기록은 현대캐피탈 문성민의 시속 122km지만 레오의 서브는 이 스피드를 능가한다.

최근에는 정확성을 높이려고 스피드를 조금 줄이기도 하지만 정통파 투수처럼 한가운데를 보고 던지는 편이다. 상대 코트의 5번 자리가 레오의 스파이크가 꽂히는 곳이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공을 감아서 치는데 정통으로 공을 때리다보니 다른 선수와 궤적이 다르다. 리시버 앞에서 공이 흔들린다. 제대로 감기지 않을 때가 더 위력적이다”고 했다. 대한항공 문성준 전력분석관은 “현재 리그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서브가 가장 빠르고 강하다. 시몬도 1라운드에는 위력적이었지만 이후 정확성이 조금 떨어졌다. 요즘은 레오가 더 무섭다”고 했다.


● 에이스도 무섭지만 더 위력적인 것은 서브 다음의 반격이다

이번 시즌 레오는 11일까지 407번 서브를 시도했다. 에이스는 62개, 범실은 127개였다. 전체적으로 코트 안에 서브가 들어가 플레이가 이뤄지거나 득점한 서브 성공률은 68.8%였다. 레오의 서브 하나에 0.68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V리그 첫 선을 보였던 2012∼2013시즌 성공률이 가장 높았다. 상대 팀들의 눈에 익숙해진 2번째 시즌 수치는 조금 떨어졌지만 이번 시즌 서브는 더욱 진화한 느낌이다. 3라운드가 가장 무서웠다.

레오의 서브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7일 우리카드와의 원정경기였다. 이날따라 다비드가 초반에 대활약한 우리카드가 첫 세트를 19-22로 앞섰다. 분위기가 다 넘어간 상황에서 레오타임이 나왔다. 레오가 4차례 연속해서 서브를 넣었다. 에이스와 레오의 백어택이 이어졌고 이선규의 블로킹과 다비드의 공격범실까지 나와 경기가 뒤집어졌다. 결국 삼성화재는 레오 덕분에 고비를 넘기고 3-0 완승을 거뒀다.

더 극적인 경기도 있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과의 4차전이었다. 첫 세트를 24-26으로 내준 삼성화재는 2세트도 16-17로 뒤졌지만 레오의 서브로 9연속 득점을 했다. 신기록이었다. 갈수록 강해지는 레오의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린 현대캐피탈은 공격범실이 속출했다. 2단연결에서 나온 불완전한 공격은 삼성화재의 반격으로 이어졌다.


● 레오의 서브에 대처하는 상대팀 감독들의 작전

레오의 서브기회가 오면 상대팀 감독들은 공통적으로 “한 번에 돌리라”는 지시를 내린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건 레오가 연속해서 서브를 넣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레오의 서브가 진짜 무서운 것은 강서브로 만드는 에이스도 있지만 서브의 위력에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다. 정확한 세트플레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단공격이 대부분이다. 이 것을 삼성화재가 반격해 득점으로 이어가는 상황이 더 두려운 것이다. 한 세트마다 레오에게 돌아오는 서브 기회는 3∼4번 정도. 이때마다 상대 팀은 긴장한다.

신영철 감독은 이 때문에 항상 마지막까지 선수교체나 비디오판독, 타임아웃의 기회를 남겨둔다. 레오가 서브를 넣을 때 흐름을 끊기 위해서다. 우리카드는 7일 레오의 서브타임이 시작되기 전에 타임아웃을 써버렸고 5장의 선수교체 카드도 사용했다. 비디오판독 기회도 없었다. 흐름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22-23으로 역전당한 뒤 항의했던 양진웅 감독이 경고를 받아 경기가 중단된 뒤에야 레오의 서브범실이 나왔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서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을 토스하는 순간이다. 이 타이밍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오직 선수의 감각에 달렸다”고 했다. 레오의 서브를 막을 방법은 결국 레오 특유의 서브 루틴을 어떻게 흔드느냐에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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