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사육사가 사자에게 물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 25분경 맹수마을 사자 방사장(374m²)에서 사육사 김모 씨(52)가 온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 이모 씨가 발견했다. 당시 방사장에는 대공원에서 자체 증식한 수사자(9년생)와 암사자(5년생) 두 마리(사진)가 쓰러진 김 씨 주위를 서성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씨는 구조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검안 결과 김 씨의 우측 목과 양다리에 심하게 물린 외상이 있고 과다출혈이 확인됐다. 맹수사 근무 3년 차인 김 씨는 동물원 근무 경력이 20년이나 되는 베테랑 사육사다.
이날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사고는 오후 1시 반 대공원이 사자 등 맹수를 상대로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실시한 직후 일어났다. 한 달에 2, 3차례씩 맹수의 야성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은 종이 장난감이나 고깃덩어리로 사자를 유인해 움직임과 흥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약 20분간 진행된다. 대공원 측은 프로그램을 끝낸 뒤 사육사 김 씨가 방사장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방사장과 격리된 내실에 있어야 할 사자들이 방사장에 있었던 점을 주목 중이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팀이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 사자사 내실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사육사가 사고를 당하기 전 내실에는 사자 두 마리의 모습만 희미하게 보였다.
방사장 뒤에 있는 4개의 내실에 이날 총 네 마리의 사자가 들어가 있어야 했는데 내실 CCTV에는 두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사자들은 내실 문이 열리면 방사장에서 내실 안으로 스스로 이동하도록 훈련돼 있고, 사육사는 사자들을 모두 내실로 몰아넣고 내실 문을 잠근 뒤 방사장에 들어가 청소 등을 하게 돼 있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 기사제보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