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구혜선 연기력 논란은 이르다?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라

입력 2015-02-18 12: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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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구혜선 연기력 논란은 이르다?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라

분명히 무슨 일이든 첫 술에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특히 연기는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고 극의 전개상 어떤 사건을 만냐느냐에 따라 충분히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그러나 KBS2 월화드라마 '블러드' 속 구혜선이 보여준 유리타의 연기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 하다. 거만하고 자신만만하며 자신 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안하무인인 유리타 역을 감안해도 구혜선의 발성과 호흡이 기대 이하인 점은 사실이다.

각 매체와 대중들은 '블러드'를 SBS '별에서 온 그대'와 비교한다. 뱀파이어와 외계인이라는 판타지적인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나 여주인공이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구혜선의 연기는 전지현이 연기한 천송이와 비교되어야 마땅하다. 과연 천송이도 그런 하이톤과 어색한 손짓으로 캐릭터를 표현해 왔었나. 그런데도 구혜선의 연기를 비판하는 여론은 시기상조인 것일까.

구혜선의 하이톤 발성과 불분명한 호흡은 중저음으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안재현의 연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막에 파고드는 하이톤 발성에 안재현의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두 배우가 윈-윈하기는 커녕 둘 다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사실 구혜선의 연기력 비판을 위해 굳이 '별그대'의 전지현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블러드'가 끝난 후 방송되는 tvN '호구의 사랑' 속 유이만으로도 충분하다.

유이는 걸그룹 출신 연기자로 '오작교 형제들', '전우치', '황금 무지개' 등을 통해 커리어를 쌓았다. 여기서 습득한 연기력은 '호구의 사랑'에서 전라도 사투리 연기로 빛을 발했고 까칠하고 만인의 사랑을 받은 수영스타 도도희 역을 무난하게 소화하는데 이르렀다.

거기에 지난 17일 방송에서는 미혼모가 되어 강호주(최우식)의 도움을 받아 걸그룹 출신으로는 하기 힘든 출산 연기까지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분명 구혜선이 출연한 '블러드'는 2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호구의 사랑'도 이제 갓 4회를 방송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도 시기상조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누가 뭐라해도 유이는 걸그룹 출신 배우이고, 구혜선은 외도없이 연기만을 해 온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인물에게 적어도 다른 배우 하는 것만큼만 연기해 달라는 것이 과연 이른 것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분명히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2회 만에 연기력 논란이 나온 이 상황은 애초부터 구혜선이 유리타라는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의미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진=동아닷컴DB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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