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만나 신난 이대호, “류중일 감독님 감사합니다!”

입력 2015-02-2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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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오른쪽)이 27일 후쿠오카야후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친선경기에 앞서 소프트뱅크 이대호와 그라운드에서 만나 반가운 표종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후쿠오카(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감독님 덕분에 제가 지금 어디 가서 수비 못한다는 소리 안 듣지 않습니까.”

소프트뱅크 이대호(33)와 삼성 류중일(52) 감독의 대화 가운데 한 토막이다. 이대호는 한국에서 롯데 유니폼만 입었고, 류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삼성을 떠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대호의 수비를 류 감독이 가르쳤다니, 얼핏 들으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실은 남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이대호는 26일 소속팀의 홈구장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아주 반가운 손님들을 맞아 들였다. 소프트뱅크와의 친선경기를 위해 오키나와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삼성 선수단이다. 특히 류 감독과 이대호는 아주 깊은(?) 인연이 있다. “통합 4연패를 하신 류중일 감독님!”이라고 외치며 류 감독에게 인사를 건넨 이대호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 때 류 감독님이 펑고를 정말 많이 쳐주셨다. 그때 진짜 수비가 많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대호는 당시 대표팀 사정상 주전 3루수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1루수나 지명타자를 선호했던 이대호에게는 국가대표 3루수 자리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당시 대표팀 수비코치였던 류 감독은 그런 이대호를 훈련시키라는 특명을 받았다. 매일같이 쉼 없는 펑고 행진이 이어졌다. 다른 선수들보다 수십 개의 펑고를 더 받았다. 게다가 베테랑 수비코치 출신인 류 감독의 펑고는 최고난도의 수준을 자랑한다. 이대호가 “그때 류 감독님 펑고 받느라 땀을 정말 많이 흘렸다”고 하자 류 감독도 “내 펑고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느냐”고 껄껄 웃으며 맞섰다. 한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보람찬 추억이다. 이대호는 “사실 그때 류 감독님이 집중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수비가 정말 많이 늘었다. 그때 익힌 걸로 지금도 어디 가서 욕은 안 먹는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물론 류 감독 외에 다른 반가운 얼굴들도 많다. 이대호는 이승엽과 안지만을 비롯한 삼성 선수들에게 친근한 농담으로 인사를 건넸고, 삼성 코치들과 최형우 곁에 서서 한동안 담소를 나눴다. 소프트뱅크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고 삼성 선수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역시 정겨워 보였다. 일본에서 용병으로 살면서 느꼈던 외로움을 이런 기회를 통해 훌훌 털어 버리려는 듯했다.

공교롭게도 이대호는 이날 삼성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대호는 “소속팀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괜히 한국팀과 경기한다고 좋은 모습 보이려다가 무리하면 다칠 수 있다면서 출전을 만류하셨다”고 했다. 베스트 멤버를 모두 내보낸 구도 기미야스 감독의 남다른 배려인 셈이다. 이대호의 결장을 가장 반긴(?) 이는 다름 아닌 삼성 선발 장원삼일 터다. 이대호를 만나자마자 활짝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 장원삼은 “대호 형이 한국에 있을 때 나한테 5할 정도 치는 ‘천적’이었다. 이번에도 내 공을 좀 봐야 감을 잡고 페이스를 올릴 텐데, 아무래도 소프트뱅크에서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농담했다. 이대호 없는 소프트뱅크 타선을 상대로 장원삼이 호투(4이닝 무실점)한 걸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닌 듯하다.

후쿠오카(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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