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의 오키나와 리포트] 윤석민 “이제 유격수 자세 나온답니다”

입력 2015-03-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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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윤석민이 오키나와에서 유격수로 태어나고 있다. 공격력은 검증된 선수인 만큼 수비만 안정되면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 강정호 빈 자리 윤석민 카드
“캠프서 수비만 훈련…이런 경험 처음이야”
아직 중계플레이·베이스커버 등 보완 절실

“미련 남기지 않도록 후회 없이 해야죠.”

넥센의 윤석민(30)은 아직 유격수가 낯설다. 프로나 학창시절 한번도 뛰어보지 않았던 위치가 바로 유격수다. 윤석민의 원 포지션은 3루, 가끔 1루수도 맡았다. 하지만 팀에 변수가 생겼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전 유격수 강정호(28)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 입단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타격이 좋은 윤석민에게 유격수 전향을 물었다. 작년 백업으로 묵묵히 희생한 데 따른 보상이기도 했다. 윤석민은 장고 끝에 새롭게 ‘야구수업’을 받기로 했다. 그는 “터닝포인트(전환점)로 생각하고 주전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 생각은 오로지 수비에만

윤석민은 2차 스프링캠프인 오키나와에서 놀랍도록 가벼워져 있었다. 작년 겨울부터 체중을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유격수 전향 이후 부족했던 풋워크(발놀림)를 늘리고 수비범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는 “유격수 몸은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작년보다 훨씬 가벼워진 건 사실이다”고 웃었다.

부담이 많았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유격수를 맡게 되면서 수비훈련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소질이 있었던 타격은 잠시 내려놨다. 진짜 유격수가 되기 위해 수비만을 생각했다. 홍원기 수비코치와 함께 하루에도 수차례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처음엔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주어진 기회, 이를 악물어보기로 했다. 그는 “올해 캠프에서 타격에 신경 써 본 적이 없다. 수비만 집중적으로 훈련한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1차 캠프 때만 해도 자세는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한달 보름여 만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캠프 처음에는 유격수 자세가 전혀 안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자세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는다. 초반과 가장 달라진 모습인 것 같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 어려움 속에 피는 꽃

베이스만 지키면 됐던 3루수와 1루수에 비해 유격수가 되는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다. 그에게 주어진 물음표와 3루수 윤석민, 그리고 귀찮게 따라붙는 ‘게으른 천재’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만 나이로 서른에 접어든 완숙한 베테랑에게 꼬리를 무는 테스트도 이어진다.

1루수로 나섰던 2월 28일 요코하마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KIA-삼성-KIA전)에서 유격수로 집중점검을 받았다. 경기에서 견제 시 베이스커버 등 미숙한 모습이 더러 눈에 띄었다. 윤석민도 “타구가 외야로 빠지면 라인에 맞춰서 중계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어려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시범경기까지 잘 해보고 싶다. 완벽한 모습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경기를 나서면 점차 좋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윤석민의 수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26일 열린 삼성전에서 4회 무사 1루) 박해민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잡았으면 자신감을 얻었을 텐데…”라고 말을 줄였다. 어려운 타구를 잡았다면 유격수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유격수’ 윤석민도 감이 잡히는 바로 그 하나,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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