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 기자의 여기는 오키나와] 봉중근 “살아남기 위해 포크볼·슬라이더 장착”

입력 2015-03-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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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마무리 봉중근은 이름값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 실력으로 승부할 뿐이다. 특히 올 시즌에는 신무기 포크볼과 슬라이드를 추가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는 짧게는 올 시즌 36세이브를, 길게는 영원한 LG맨을 목표로 잡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 LG 마무리 봉중근의 ‘신무기’

새 구종 연마 더딘 편…내 것으로 만드는게 우선
늘 위기의식…내 자리 지키기 위해 배움의 자세
올 시즌 36S 목표…LG서 마지막까지 던지겠다

“제가 ‘봉중근’이어서 자리를 지키는 게 아닙니다.”(LG 봉중근)

배움에는 끝이 없다. 80세 노인이 8세 아이를 통해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LG 봉중근(35)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여섯. 어느덧 베테랑투수가 됐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그의 ‘야구갈증’은 계속 되고 있다. 배울 점이 있으면 국적불문,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 질문공세를 퍼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난 봉중근이니까’에 얽매이지 않고, 마운드에 서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봉중근답게 공을 던지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예년에 비해 페이스를 빨리 올리는 것 같다.

“그렇다. 이맘때쯤 늘 라이브피칭을 했지만 세게는 안 던졌다. 올해는 공을 세게 던지고 있다. 감독님께서 4월, 5월에 승부를 보고 싶어 하셔서 중간투수들이 모두 몸을 빨리 만들었다. 4월부터 3일 연투가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라이브피칭에서 신무기 포크볼은 실험해봤는가.

“3, 4개 정도 왼손타자를 상대로 던져봤다. 처음 포크볼을 던지면 손가락에 빠져서 공이 붕 뜨거나 하는데 다행히 스트라이크존 비슷하게 떨어져서 만족한다. 이제 처음 던져봤고, 경기에서 아직 안 던져봐서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인구로는 쓸만할 것 같다.”


-실전 등판 예정은 언제인가.

“3일 삼성전이다.”


-지난해 삼성에 유독 약했는데.

“강(상수) 코치님께서 시즌이 끝나면 올해 각 팀 상대기록을 주시는데 삼성 기록은 보기가 싫을 정도더라. 특히 (채)태인이와 (이)승엽이 형에게 많이 맞았다. 그래도 그 데이터 덕분에 다음해 목표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삼성은 꼭 잡고 싶다.”


-삼성에 왼손타자가 많아서 포크볼을 배운 것인가.

“그것보다 내가 왼손투수인데 왼손타자에게 많이 안 좋았다. 구종도 단순했지만 오래 상대하다보니 내 성향을 왼손타자들이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잘 들어간 것 같은데 맞은 적이 많다.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현진에게 슬라이더 그립도 배운 걸로 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류)현진이가 슬라이더 얘기를 했는데 본인이 던지던 구종은 각이 없어서 타자들에게 당했는데 커쇼의 슬라이더가 직구처럼 그립을 잡고 약간만 트는 컷패스트볼(커터) 형식이라고 했다. 그걸로 재미 좀 봤다고 얘기했다.”


-라이브피칭에서 슬라이더를 던졌는가.

“던졌다. 직구, 커브, 체인지업만 던지던 내가 슬라이더를 던지니까 우리팀 타자들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공을 안 치더라. 그 반응을 보고 다른 팀 타자들도 내가 안 던지던 걸 던지니까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슬라이더는 (류)현진이 것처럼 커터형은 아니고 각이 좀 크다. 난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아! 봉중근이 슬라이더도 던지는 구나’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표다.”


-구종을 빨리 익히는 편인가.

“솔직히 2개의 구종을 추가한 게 잘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장진용이나 우규민은 뭐 하나 가르쳐주면 금방 적응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감각이 타고 났는데 난 그런 재주가 100%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체인지업도 내 것으로 만드는데 2년이 걸렸다. 대신 가르쳐주면 그것에 대해서 계속 연구하고 찾는 스타일이다.”


-구종 추가를 하게 된 이유는.

“야구에서 흔히 구종 1개를 배우면 1년은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타자들은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방망이도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투수들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또 난 배우는 게 재미있다. 계속 배워야한다는 걸 느낀다.”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한다는 말이 인상 깊다.

“내가 ‘봉중근’이라고 해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아니다. ‘나는 그 위치야. 거기서 그냥 하면 돼’라고 하는 건 프로가 아니다. 우리 팀만 해도 젊은 선수들 중에 공이 좋은 투수들이 정말 많다. 임지섭, 정찬헌 같은 선수들의 밝은 미래도 보인다. 언젠가 내 자리를 뺏길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내 자리를 지키고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코칭스태프도 ‘쟤는 매년 뭘 시도하는구나. 슬라이더를 던진다니까 보자’라면서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주지 않겠는가.”


-마무리 전환 후 확실히 자리를 잡았는데 위기의식이 있는가.

“올해 마무리투수로 4년째다. 3년 동안 마무리로서의 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또 야구에서는 한 포지션에서 3년간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면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마무리투수로서 적응을 한다든지, 불만이 용납되지 않는 해가 온 것 같다. 올해 LG 마무리는 봉중근이라는 것을 ‘굳히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5시즌 목표가 있나.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다. 한국시리즈까지는 올라가자고 생각하고 있다. 올해 우리 팀 전력이 4강안에 들지 못한다고 하지만, 지난해 꼴찌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개인성적은.

“개인성적은 36세이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마무리는 팀이 이겨야 마운드에 오르는 직업이다. 팀이 잘 했으면 좋겠고, 나는 (손)승락(넥센), (이)동현이가 조상우(넥센), 안지만(삼성)과 타이틀 싸움을 했으면 한다. 개인타이틀을 따게 되면 팀에 보탬이 되는 것 아닌가. 욕심을 내고 싶다.”


-왜 35세이브가 아닌 36세이브인가.

“100세이브에 6개가 남았고, 거기에 플러스 30세이브다. 솔직히 난 LG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마지막까지 멋지게 공을 던지고, 누구나 인정해주는 은퇴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열심히 공을 던지겠다.”

오키나와|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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