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 “올림픽 금메달도 기대하세요”

입력 2015-03-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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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왼쪽)이 1일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4번째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에서 짜릿한 역전으로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우승이 결정되자 동료 이미림이 양희영의 머리에 물을 뿌리며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제공|마니아리포트

■ 혼다 타일랜드 정상…LPGA 2승째

하나외환챔피언십 후 17개월 만에 우승
국가대표 출신 부모님 올림픽 무대 恨
“꼭 리우올림픽 나가 금메달 선물할 것”

“엄마, 아빠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양희영(25)에게는 꿈이 있다. 남들 앞에서 잘 밝히지는 않았지만,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부모님의 목에 걸어드리는 것이다.

양희영의 가족은 스포츠 가족이다. 부모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다. 아버지 양준모(50) 씨는 카누국가대표 출신이고, 어머니 장선희(48) 씨는 1986서울아시안게임 창던지기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은퇴했다. 양희영이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데는 부모의 꿈을 대신 이루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양희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부모는 충남 서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운동선수 출신의 부모 덕분에 체격(키 174cm)도 좋았고, 운동신경까지 타고나 금세 소질을 보였다.

중학교 3학년 때 호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국내에서 교사의 월급으로 딸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일이 만만치 않았던 탓에 가족 모두 호주로 이주했다. 양희영은 단숨에 호주 주니어무대를 휩쓸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넘나들며 수십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2월에는 호주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ANZ 마스터스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해 당시 나이 16세6개월8일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호주에선 양희영을 붙잡기 위해 국적 변경 등을 제안했다. 호주국가대표가 되면 각종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모는 거절했다.

2008년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했다. 그러나 성적은 평범했다. LPGA 투어 첫 우승은 2013년 10월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야 신고했다. 연장 접전 끝에 서희경(29·하이트진로)을 꺾었다.

첫 우승 이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보냈다. 2014년에는 21개 대회(전체 32개)밖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돌아봤다. 양희영은 이 시간을 통해 골프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어느 해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양희영의 고모 양연모 씨는 1일 전화통화에서 “개막 전에는 가족에게 ‘올해는 감이 다르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우승할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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