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 폴리, 남친이 와서 안정” 감독들 웃음바다

입력 2015-03-19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도로공사 정대영, 현대건설 염혜선, IBK기업은행 남지연,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왼쪽부터)이 1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트로피를 앞에 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트위터 @kwangshin0521

■ 웃음꽃 핀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

염혜선 “감독님과 야자 타임 우승 소원”
남지연 “감독님께 사발폭탄주 쏘고싶다”
정대연 “우승땐 러닝훈련만 줄여주세요”

두 번째 별이냐, 첫 번째 별이냐.

여자부 2014∼2015 V리그 포스트시즌은 이렇게 요약된다. 1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여자부 미디어데이는 아기자기했다. 정규리그 3위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과 주장 염혜선, 2위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과 주장 남지연,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 서남원 감독과 주장 정대영이 단상에 올랐다.

세 팀은 우승을 장담했다. 키워드는 달랐다. 현대건설은 “하나 된 팀과 자신감”이었다. 시즌 내내 많은 범실과 세트마다 바뀌는 경기력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서로를 믿고 과감하게 경기를 하자는 팀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양철호 감독은 “단기전은 자신감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2연속 통합우승 일보직전에서 물러났던 IBK는 “모든 선수들의 성장과 정상궤도”가 키워드였다. 시즌 초반 리시브와 수비 불안으로 고전했고, 중반에는 데스티니의 부상으로 위기도 있었지만 그 고비를 넘긴 뒤 지금은 가장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고 이정철 감독은 믿었다. “작년 챔프전에서 패한 뒤 우승에 간절함이 더 생겼다. 플레이오프에선 폴리(현대건설)가 신경질이 나도록 만들어야 하고, 챔프전은 데스티니의 몫이다. 니콜(도로공사)과의 경쟁에서 이기도록 잘 교육시키겠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왼쪽)이 1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웃으면서 취재진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대영도 서 감독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트위터 @kwangshin0521


공교롭게도 플레이오프(PO·3전2승제)에서 만나는 현대건설과 IBK는 가슴에 우승 별 하나를 달고 있다. 그 별이 없는 유일한 팀인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은 “절박함과 임직원, 팬의 소망을 담아 우승한다”고 다짐했다. “언니, 나이의 힘”을 키워드로 내세운 서 감독은 아직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문정원과 황민경을 팀의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현대건설은 김주하와 김연견의 리시브, IBK는 남지연의 수비부담이 변수”라고 내다봤다.

다혈질 폴리의 성격을 둘러싼 감독들의 대화도 귀에 들어왔다. IBK에서 폴리의 신경질을 거론하자, 현대건설은 “폴리의 남자친구가 지금 한국에 와 있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 말에 모두가 웃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의 단골 질문인 우승 소원에서 재미있는 대답이 많이 나왔다. 현대건설 염혜선은 시즌 전 양철호 감독이 주장했던 ‘오빠 리더십’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나이로는 오빠라고 여겨지지 않지만, 우리 팀이 안 될 때 편하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우승 뒤 하루라도 오빠처럼 지내봤으면 좋겠다. ‘야자’ 타임을 하면서 진짜로 오빠처럼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염혜선은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팀 GS칼텍스가 하와이 단체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기억하며 “우승하면 꼭 하와이로 보내달라”고 했다.

IBK 남지연은 선수들에게 한 번도 빈틈을 보이지 않는 이정철 감독의 깐깐한 성격과 관련해 흥미로운 다짐을 했다. “2년 전 통합우승 때 감독을 밟아도 봤다. 올해는 사발폭탄주로 감독의 흐트러진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우승 때마다 선수들에게 목걸이, 귀걸이를 선물했던 이 감독은 ”술을 잘 못하지만 우승한다면야 몇 잔이라도 못 마시겠냐“고 했다. 남지연은 다시 이 감독에게 ”휴가 때 숙제를 주지 말고 마음 편히 한 달간 쉬게 해달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6번째 챔프전에 나선다는 정대영은 정규리그 우승팀의 여유를 보였다. “이미 우리는 해외여행도 약속 받았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평소 잘해줘서 불만도, 요구도 없다, 하나 있다면 러닝을 줄여달라”고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