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0만원짜리 '손바닥 PC' 조텍 ZBOX nano CA320 써보니

입력 2015-03-19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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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은 PC라는 물건의 위치가 참으로 애매하다. 예전 같으면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려고, 혹은 영화를 보려고 PC를 사기도 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혹은 스마트TV등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편의성이나 가격 면에서도 왠지 PC보다 이들이 좀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PC는 보다 작아지고, 편해져야 하며 가격도 좀더 싸질 필요가 있었다. 크기가 작으면서도 고성능을 발휘하는 소형의 플랫폼, 혼자서 복수의 기능을 수행하는 통합형 프로세서 등이 개발된 덕분에, 기존의 PC와 유사한 기능과 성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크기는 획기적으로 줄인 미니PC가 등장할 수 있었다. 이번에 살펴볼 조텍(ZOTAC)의 ZBOX nano CA320(이하 ZBOX CA320)도 이런 흐름을 타고 태어난 손바닥만한 초소형 PC다.

손바닥 위에도 척, 공간 활용성은 ‘굿’

ZBOX CA320의 외형은 PC라기 보단 공유기나 외장하드와 같은 주변기기를 연상시킨다. 그도 그럴 것이, 본체 크기가 그야말로 주먹만 하기 때문이다. 본체의 너비와 깊이는 각각 127mm이며, 두께는 45mm 정도이니 어지간한 사전 한 권 보다 작다. 만약 모니터 옆에 설치한다면 ‘본체는 어디 갔지?’ 하고 두리번거릴 만도 하다.


하지만 본체 여기저기에 ‘PC스러운’ 요소는 살짝 드러난다. 전면에 있는 2개의 USB 포트와 음성 입출력 포트, 그리고 카드리더, 전원 버튼과 각종 상태 표시 램프가 대표적이다. 참고로 음성 출력 포트는 동봉된 젠더를 꽂아 S/PDIF 광출력 포트로 쓸 수도 있다. 디지털 앰프와 연결해 홈씨어터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유용할 것이다.



그 외에 본체 전면에는 IR(적외선) 신호 센서도 있다 흔히 리모컨 수신용으로 쓰는 부분이다. 다만, 이 IR 센서를 활용할 수 있는 주변기기가 본체 패키지에 동봉되어 있지 않으며, 별도로 판매하는 관련 제품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를 기대해 봐야겠다.

듀얼디스플레이, 802.11ac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부가기능도 충실

후면은 좀더 본격적이다. 총 5개의 USB 포트 및 2개의 영상/음성 출력 포트(HDMI / DP), 그리고 유선랜 포트 및 무선랜(와이파이) 안테나까지 달렸다. 특히 후면 USB 포트가 5개로 넉넉한데다 그 중 2개는 3.0 규격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HDMI와 DP를 통해 동시 영상 출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니터나 TV, 혹은 프로젝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2대 연결해두고 쓸 수도 있다.


그리고 달려있는 무선랜은 기존의 802.11n 규격보다 빠르게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 802.11ac 규격이다. 802.11ac 규격을 지원하는 디링크 DIR-850L 공유기를 이용해 인터넷 접속을 해보니 433Mbps 모드로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물론 기존의 802.11n 규격 공유기를 쓰면 최대 150Mbps나 300Mbps 모드까지만 접속이 가능한 점도 알아두자. 그 외에도 최근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블루투스 기능도 내장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쿼드코어 CPU와 라데온 GPU 담은 AMD A6 APU 탑재

내부 사양을 살펴보면 시스템의 핵심인 메인 프로세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를 따로 탑재했다면 상당한 공간을 차지했을 텐데, 이 제품은 AMD의 A6-1450 APU를 메인 프로세서로 탑재, 일정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면서 내부 공간을 절약했다. AMD A6-1450 APU(코드명 카비니)는 쿼드코어 CPU와 라데온 HD8250 GPU를 하나의 칩으로 만든 통합 프로세서로, 이런 미니PC와 궁합이 좋고 ‘가성비’ 면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곧장 쓸 수 있는 완성품 모델과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는 베어본 모델

그 외의 사양은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ZBOX CA320는 메모리 용량과 저장장치의 종류가 다른 복수의 모델이 판매 중이다. 이번 리뷰에 이용한 모델은 2GB 메모리와 64GB SSD가 적용된 완성품 형태의 제품으로, 2015년 3월 현대 인터넷 최저가는 약 31만원이다. 이 모델은 정품 윈도8.1 with Bing 운영체제도 탑재하고 있어 구매 후 별다른 손질 없이 곧장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아예 메모리와 저장장치 없이 파는 ‘베어본’ 모델도 있다. 이 모델은 사용자가 직접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구매해 조립해서 쓰면 된다. 노트북용 DDR3 메모리(최대 8GB 1개) 및 2.5인치 규격의 HDD와 SSD가 호환된다. 정품 윈도를 제공하지 않고, 설치 과정이 필요한 것이 단점이지만,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약 20만원이면 살 수 있다.


그 외에 몇몇 판매점에서 4GB 메모리나 120GB SSD, 혹은 2TB HDD를 적용한 모델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조텍에서 공식 출시한 모델이 아니라 각 판매점에서 자체적으로 조립한 제품이다. 따라서 이런 제품에는 정품 윈도 8.1이 제공되지 않으므로 구매 전 참고하도록 하자.

모니터 뒤에 달아 올인원 PC처럼 활용도 가능

조텍 ZBOX CA320 제품의 기본적인 설치형태는 일단 모니터 옆에 두고 쓰는 것이다. 이렇게 이용하더라도 물론 일반 PC에 비해 공간 활용성은 매우 높다. 무선 방식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쓴다면 한층 깔끔하다. 하지만, 미니PC 특유의 공간 활용성을 살려 올인원(일체형) PC 구성을 할 수도 있다는 점도 알아두자. ZBOX CA320를 구매하면 VESA 규격의 모니터 마운트가 함께 제공된다. 이를 이용, 모니터 뒤쪽에 ZBOX CA320를 달고 올인원 PC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현재 사용자가 가진 모니터의 뒤쪽에 8cm, 혹은 10cm 간격을 두고 정사각형으로 배열된 VESA 규격의 나사 구멍이 필요하다. 일부 모니터는 이를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올인원 방식으로 ZBOX CA320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참고하자. 모니터 뒤에 ZBOX CA320를 달고 이용하면 한층 더 공간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각종 포트를 이용하거나 PC의 전원을 켜고자 할 때 모니터 뒤쪽으로 손을 가져가야 한다는 점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거실 TV와 연결해 활용해 볼만도

그 외에 생각해 볼만한 ZBOX CA320의 설치 형태는 바로 거실의 TV에 연결해 두고 쓰는 것이다. 본체 크기가 어지간한 셋톱박스 보다 작으니 TV에 연결해 두더라도 그다지 위화감이 없으며, PC 특유의 다양한 콘텐츠 구동 능력을 이용, 큰 화면에서 온라인 콘텐츠나 영화 파일을 감상할 목적으로 쓸 만도 하다. 단, ZBOX CA320를 TV와 연결한 상태에선 유선 방식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쓰기 불편하니 시중에서 파는 RF나 블루투스 방식의 무선 키보드나 마우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고성능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PC 활용에는 부합


그렇다면 성능은 어떨까? AMD A6-1450 APU를 비롯한 ZBOX CA320의 주요 구성품들은 주로 노트북에 쓰이는 것이라 데스크탑 수준의 성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테스트 제품에는 2GB의 메모리가 탑재되어있는데, 이 역시 요즘의 추세를 생각해 본다면 다소 빈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써보니 생각보다는 쾌적한 이용이 가능했다. 윈도 부팅 속도도 10초 내외로 빠른 편이었으며,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성 등의 일반적인 PC 작업을 하기에도 그다지 불편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미니PC의 주 용도 중 하나인 동영상 감상 역시 큰 문제가 없다. 1,920 x 1,080 해상도의 풀HD급 동영상 역시 끊김 없이 구동된다. 가격대비 괜찮은 성능을 발휘하는 A6 APU, 그리고 반응속도가 빠른 SSD를 탑재한 덕분인 것 같다.


물론 성능상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풀HD급 동영상을 구동하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3,840 x 2,160 해상도의 4K(UHD)급 동영상을 구동하면 다소의 끊김이 느껴진다. 게임의 경우, ‘서든어택’이나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은 아주 원활하게 구동되지만, ‘리그오브레전드(LOL)’ 수준의 게임은 화면 해상도 1,280 x 720에 ‘낮음’ 수준의 그래픽 품질에서 20~30프레임 정도를 유지, 플레이 자체는 가능하지만 다소의 끊김이 느껴진다. 생각보단 괜찮은 성능이지만, 본격적인 게임용으로 쓰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다. 4GB 이상의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이었으면 이보다는 좀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참고로, ZBOX CA320는 내부에 냉각 팬이 없는 팬리스 형태의 PC다. 덕분에 작동 중 소음이 전혀 없다. 오래 구동하면 본체가 다소 뜨거워지긴 하지만, 성능이 저하된다거나 오작동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발열과 전력 소모가 적은 노트북용 부품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구성이다.


높은 공간활용성과 저렴한 가격이 최대의 매력

조텍의 ZBOX nano CA320는 콘셉트가 분명한 제품이다. 공간활용성을 최대한 높이면서 기본적인 기능이나 콘텐츠 호환성 면에서는 일반 PC의 장점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아주 고사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크기나 가격에 비해 괜찮은 성능을 발휘하는 AMD A6 APU를 탑재한 것도 적절해 보이며, 무선랜이나 블루투스 등, 요즘 PC 환경에서 유용한 부가기능을 다수 지원한다. 게다가 작동 소음이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제품을 기존의 데스크탑PC를 완전히 대체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다. 특히 게임 구동 능력이나 4K 콘텐츠 구동 능력 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작은 크기, 그리고 30만원 남짓 가격의 제품에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조텍 ZBOX nano CA320는 일상적인 수준의 PC 활용 패턴 하에서 공간활용성과 저렴한 가격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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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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