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여자축구 월드컵 16강 도전] 윤덕여 “딸 같은 선수들 월드컵까지 강하게 키운다”

입력 2015-03-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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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은 불굴의 투혼이 돋보였던 2014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에 이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5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한국여자축구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女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의 ‘아빠 리더십’

2015년은 한국여자축구에 매우 중요한 해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투혼의 동메달을 차지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태극 여전사들이 올해는 ‘월드 클래스’에 도전한다. 6월 캐나다에서 개막하는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본선에서 세계 강호들과 격돌한다. 한국여자축구는 12년 만에 다시 밟은 월드컵 무대에서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한국은 브라질, 스페인, 코스타리카와 E조에 속해 조별리그를 치른다. 1차 목표는 한국여자축구 사상 첫 번째 월드컵 본선 승리와 16강 진출이다. 일단 16강에 오르면 토너먼트로 대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윤덕여(54) 감독의 구상이다. 월드컵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윤 감독을 서울 시내에서 만나 월드컵과 여자대표팀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월드컵 1차 목표는 본선 첫 승+16강
현실적으로 우리는 아시아 4∼5위권
강호들과 평가전…약점 보완 계기로

딸보다 어린 선수들 많아 더 신경 쓰여
가족 같은 화목한 분위기·팀워크 강조


● 주목받는 윤덕여 감독의 ‘아빠 리더십’

인터뷰 도중 한 선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은 윤덕여 감독은 선수와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그는 “부상으로 4월 A매치 때 대표팀에 못 온다고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니냐”라고 농담을 던졌다. 선수의 대답을 들은 윤 감독은 껄껄 웃으며 “마음 다 알아. 회복이 중요하다. 잘 먹고, 잘 쉬어야 해. 그래야 빨리 다시 만나지. 조만간 소속팀 경기할 때 경기장에 갈 예정이니까 거기서 보자”고 선수를 다독인 뒤 전화를 끊었다.

사실 윤 감독은 훈련시간에는 매우 엄격한 지도자다. 훈련강도도 무척 높고, 때로는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경기장과 훈련장 등 그라운드 내에서의 일이다. 그라운드를 벗어나면 그는 자상한 아버지로 변한다. 선수들과 요즘 유행하는 영화, 드라마, 노래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때로는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생각을 공유한다. 대표선수들 또래의 딸을 키우고 있어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그래서인지 여자대표팀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윤 감독은 “가능한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훈련강도가 약하진 않다. 그게 내 축구철학이다. 처음에는 나도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를 통해 지금의 지도방식을 터득하게 됐다”며 “지금 대표팀에 내 딸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모두가 내 아이들 같다. 그래서 더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고 털어놓았다.


● 팀워크의 원천은 가족 같은 화목함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많은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북한과의 준결승에서 후반 추가시간 수비 실수가 나오면서 1-2로 패해 결국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놓친 까닭에 경기 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전원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실수한 선수를 팀원 전체가 따뜻하게 감쌌다. 심신이 모두 괴로운 상황이었지만, 여자대표팀은 이어진 베트남과의 3·4위전에서 경기력을 회복해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대표팀이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대표팀이 이처럼 탄탄한 팀워크를 갖출 수 있었던 데는 윤덕여 감독의 역할이 컸다. 그는 팀원들이 서로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고, 하나 된 모습을 통해 팀워크를 갖춰가자고 주문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를 보듬게 만든 것이다.

윤 감독은 “결혼생활을 30년 넘게 했는데 내겐 가족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평소에는 개개인의 일로 항상 함께하진 못하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힘들 때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된다. 팀도 가족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 지휘봉을 본격적으로 잡은 2013년부터 팀도 가족처럼 화목하면 탄탄한 팀워크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선수들에게 자주 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이 서로를 도와주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목표했던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가족 같은 분위기와 하나 된 모습으로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을 수 있었다”고 되돌아왔다.


● 본격적으로 시작된 월드컵 준비

여자대표팀은 1월과 3월 2차례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월드컵 준비에 돌입했다. 1월에는 중국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했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2승1패를 거뒀다. 3월에는 키프로스컵에 출전했고, 1무3패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캐나다, 스코틀랜드, 벨기에 등과 차례로 맞붙었다. 부상자들이 대거 나오면서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체격조건이 월등한 유럽선수들과의 대결을 통해 월드컵에 앞서 ‘예방주사’를 맞았다. 선수들은 한국여자축구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윤덕여 감독은 지금의 혹독한 경험이 월드컵 무대에서 상대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윤 감독은 “현실적으로 우리는 일본, 북한, 호주에 이어 아시아 4∼5위권이다. 월드컵 무대에서 우리가 만만하게 볼 상대는 없다. 지금처럼 강호들과 부딪히면서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본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개선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자대표팀은 다음달 5일과 8일 러시아와 2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1월과 3월 터득한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확인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윤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유럽팀과의 대결을 통해 지금과 같은 템포로는 몸싸움이나 태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와 선수들이 뼈저리게 느꼈다”며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 A매치를 마치면 월드컵 개막 한 달 전인 5월 초에 선수들을 다시 모을 수 있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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