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 제1편]필리핀 북부의 명소 ‘일로코스’ 라왁

입력 2015-03-24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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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라왁. 모두투어 제공

《필리핀 여행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보라카이, 세부와 같은 월드클래스급의 유명한 휴양지들이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은 따로 있는 법! 중세 라틴 마을의 로맨틱한 풍경과 오염되지 않은 필리핀 북부의 바다를 보며 온전한 휴식을 맛볼 수 있는 곳, 필리핀 북부 일로코스로 떠난다.》


일로코스 여행의 3대 성지! 라왁, 파굿풋, 비간
7,107개의 섬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필리핀은 기본적으로 크게 3개의 섬으로 크게 나뉜다. 북쪽으로부터 루손 섬, 비사야스 섬, 민다나오 섬이 마치 커다란 하나의 대륙처럼 필리핀을 길게 형성한다. 루손 섬의 북서부에 위치한 일로코스 지역은 일로코스 수르와 일로코스 노르떼, 라 유니온, 팡가시난 이렇게 4개의 주로 구성된다. 일로코스 여행의 3대 성지로 일컬어지는 라왁, 파굿풋, 비간 세 곳에서 필리핀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본다.

한국에서 이들 도시로 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한때 라왁행 직항이 운행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단번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쉽게도 필리핀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인천에서 3시간 30분을 날아가면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공항에 닿는다. 마닐라에서 라왁 공항까지는 다시 비행기로 45분. 우리가 일로코스 땅에 발을 딛을 수 있는 가장 신속한 방법이다.

북쪽을 의미하는 라왁은 필리핀의 유명한 독재자 마르코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일로코스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국제공항이 있어 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이곳을 일로코스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생각한다. 필리핀의 가장 꼭대기 파굿풋으로 가는 육로도 라왁에서 시작된다. 라왁에서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2시간여 더 북쪽으로 달리면 남중국해와 맞닿은 필리핀 육지의 끝, 파굿풋 해변이 나타난다. 3대 성지 중 마지막인 비간은 스페인어로 남쪽을 뜻하며 1572년에 스페인 점령군에 의해 세워진 유서 깊은 도시다. 필리핀에서 중세 스페인의 풍경이 가장 잘 남아 있는 도시로 손꼽히는 비간의 구도심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필리핀 라왁. 모두투어 제공



라왁

스페인 점령군에 의해 식민지화되기 이전부터 라왁은 이미 국제적인 무역 도시였다. 일본, 중국의 상인들이 먼 바닷길을 달려와 오랫동안 이 땅에서 왕성한 무역 활동을 벌였다. 번성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라왁은 지금도 일로코스 지역의 무역과 상업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라왁은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여행지로도 그 명성을 높여 가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만, 중국 여행자들의 입국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라왁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필리핀 북부 루손 지역의 유일한 5성급 특급 리조트인 포트 일로칸자 리조트.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가 딸의 결혼식을 위해 지은 곳으로 한때 마르코스 일가의 영빈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무려 23만 평이나 되는 광활한 면적의 리조트는 필리핀에서도 최상급의 아름다움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2km 길이의 전용 비치와 PGA 골프 우승자가 직접 설계한 골프 클럽 그리고 밤을 잊게 해주는 카지노. 모로코 황실을 그대로 모방해서 옮겨 놓은 럭셔리한 내부는 여행객들의 탄성을 끊임없이 자아낸다.

필리핀 라왁. 모두투어 제공



-도시의 낭만, 파드산 강변 풍경과 칼레사 투어
라왁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 6~7km의 거리.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파드산 강을 건너야 하며 마르코스 브릿지를 통과해야 한다. 다리 주위로 필리핀 시골의 정겨움이 강을 타고 흐른다. 장엄한 구름떼와 드넓은 목초지, 물소 몇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닮았다. 석양이 질 무렵, 마르코스 브릿지 주변은 더욱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검붉은 색이 마구 뒤섞인 하늘은 어느 예술가가 창조해 낸 한 장의 콜라주와 같다. 어느 여행가는‘이 강을 보고, 이 강을 경험하는 것만으로 라왁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파드산 강은 시내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아 주고, 또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이별한다.

라왁 시내는 여느 필리핀의 대도시에 비해 깔끔하고 산뜻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거리의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낡은 마차가 활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스페인 식민지 시절 스페인 점령군의 거주지)에서 볼 수 있었던 칼레사다. 이제는 마닐라에서 고작 주변을 맴도는 체험 관광 상품으로 여겨질 뿐이지만, 라왁에서는 지금도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엄연한 교통수단이다. 지나가는 칼레사를 잡고 올라탔다. 30분에 100페소. 한국 돈으로 2,500원이 조금 못되는 가격이다. 대중교통 수단으로는 조금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국적인 곳에서는 고즈넉한 낭만을 맛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된다. 늙은 마부가 느릿느릿 몰아가는 칼레사의 여유. 마주치는 칼레사의 사람들과 주고받는 짧은 눈인사. 그들의 깊은 속살까지는 볼 수 없어도 그들의 순수한 마음은 엿볼 수 있는 시간. 라왁, 두 글자가 가슴 깊이 파고든다. 그들의 언어로‘빛’이라는 이름을 얻은 도시, 그들이 오늘을 살아가면서 새롭게 만들어가는‘라왁’의 다른 이름이다.

필리핀 라왁. 모두투어 제공



-오랜 아픔을 잊어버린 도시 풍경
라왁은 오랜 세월 스페인의 점령 아래 있었다. 지금도 당시의 흔적들이 시내 곳곳에 남아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마르코스 브릿지를 건너 라왁의 시내로 접어들면 오로라 공원이 보인다. 공원 한가운데쯤에 조금 가냘프게 보이는 붉은 벽돌 탑이 하나 서있다. 이름은 타바코 모노폴리 모누먼트. 스페인은 점령 시절부터 필리핀을 세계적인 담배 생산지로 만들기 위해 담배 전매 사업을 실시했다. 1781년부터 1881년까지 정확히 100년간 사업이 이어지며 일로코스 지역 부족인 일로카노족의 노동력을 무차별 착취했다. 필리핀의 역사는 이 시기를 ‘일로코스에 어둠이 드리워진 시대’라고 표현한다. 1882년 법령으로 담배 전매 사업이 폐지되었고 일로카노들은 그들의 거대한 환희와 기쁨을 담아 이 탑을 세웠다.

필리핀 라왁. 모두투어 제공


오로라 공원에서 시내 중심 쪽을 바라보면 홀로 우뚝 솟은 건물이 있다. 유난히 높아서 멀리에서도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이는 건물은 자세히 보면 거뭇거뭇 그을린 흔적과 곳곳에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 그리고 군데군데 패이고 닳아서 황폐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꼭대기에 십자가가 달려있고 유럽풍의 건축 양식을 띠고 있어 한눈에 봐도 스페인 교회 건축물임을 알 수 있는데 뜻밖의 이름을 갖고 있다. 가라앉는 종탑이라는 뜻의‘싱킹 벨타워(Sinking belltower)'. 1612년에 지어진 45m 높이의 이 종탑은 점점 키가 낮아지고 있다. 매년 조금씩 땅으로 가라앉으면서 조금씩 북쪽을 향해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폐쇄되었지만 출입구의 높이가 매우 낮은 이유를 종탑 옆에 설명해 놓았다. 오래전 한 오만한 기사가 말을 타고 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탑이 땅으로 가라앉았다. 결국 그 기사는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만 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라왁 여행 지도에는 서쪽 남중국해를 따라, 보고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넘쳐난다. 시내에서는 이탈리안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크림색의 성 윌리엄 대성당과 일로코스 박물관, 일로코스 주청사 등이 가 볼 만하다.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있어 걸어 다닐 수도 있고 칼레사를 타고 둘러볼 수도 있다. 외곽 쪽으로 나가면 500년 역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북부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인 파오아이 성당이 있다. 권력의 향기가 여전히 짙게 남아 있는 독재자 마르코스의 별장 말라까냥궁도 주요 관광지다. 그의 냉동 시체와 함께 권력의 무상함을 엿볼 수 있는 마르코스 박물관 또한 라왁 여행의 볼거리를 보탠다. 또한 샌드보딩을 즐기거나 4륜 구동차를 타고 사막 레이싱의 스릴을 맛볼 수 있는 라파즈 모래언덕 등도 함께 돌아보면 좋을 곳들이다. 차량을 렌트하거나 트라이시클을 타고 갈 수 있는데 적당한 가격 협상이 필요하다. 현지인들에게 물어 지프니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다.



Tip
1. 마닐라에서 라왁으로 떠나는 두 가지 방법!

필리핀 로컬 항공사인 필리핀에어라인과 세부퍼시픽에서 1일 1~2회 마닐라와 라왁 사이를 운행한다. 또한 마닐라에서 라왁까지 버스로도 이동할 수 있다. 지독한 마닐라의 교통 체증을 빠져 나오는 것이 관건이지만 대략 10~12시간이 걸린다.


2. 일로코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들
파굿풋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피낙벳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주라고 부르는 암팔라야와 가지와 비슷하게 생긴 따롱을 주재료로 볶아서 만드는 요리인 피낙벳은 씁쓰름한 맛 때문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건강에 좋기로 소문난 음식이다. 비간의 대표적인 음식은 바그넷과 롱가니사. 바그넷은 우리의 삼겹살과 비슷하지만 굽지 않고 기름에 튀겨낸 요리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롱가니사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명물 소시지로 닭고기, 소고기, 참치 등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피노이들의 아침 식사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이외에도 엠파나다역시 이곳에서 맛 볼 수 있다. 엠파나다는 스페인식 파이 요리로 고기, 채소, 삶은 계란 등을 갈아 속을 넣고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낸 요리다. 열거한 음식들은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서는 다소 찾아보기 힘든 음식들로 일로코스에서 생산되는 대표 농산물들이 주재료로 사용된다.

<동아닷컴>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자료제공: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취재·사진=김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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