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조 “10년간 이상한 짓 하니 효과 있더라” [인터뷰]

입력 2015-03-25 0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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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 사진|노라조프로덕션


범인(凡人)이 상상하기 힘든 파격적이고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를 두고 시쳇말로 ‘약 빨았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약을 먹고 만든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이 수식어가 붙은 콘텐츠는 일부 커뮤니티 내에서만 통용될 수준의 마니아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매스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콘텐츠는 광고효과를 노리거나 조롱의 의미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약 빨고 만들었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뮤직비디오가 등장했다. 작품명은 ‘니 팔자야’ 주인공은 ‘역시’라는 말이 나오는 노라조이다.

‘노라조가 아니면 누가 이런 뮤직비디오를 만들겠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신들의 독특한 B급 정서를 꾸준히 전파해온 노라조는 ‘니 팔자야’의 유튜브 영상에 스스로 ‘역대최강 M/V’라고 붙일 정도로 파격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워낙에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하다보니 입소문을 타면서 조회수는 230만 건을 돌파했고, 일본 등의 해외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영상만이 전부는 아니다. ‘운명’을 ‘팔자’로 대치시킨 만큼 베토벤의 ‘운명’으로 시작하는 ‘니 팔자야’는 조빈의 풍부한 성량과 이혁의 찢어질 듯한 샤우팅이 어우러지며 시원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사실 그래서 뮤직비디오가 더 파격적으로 보인다)

조빈은 “사실 ‘니 팔자야’는 ‘카레’ 이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나온 노래로, 곡을 만든 지는 꽤 됐다”라며 “곡이 막 나왔을 때는 전 소속사 사장님이 ‘이건 도대체 뭔지를 모르겠다’라고 해서 일단 묵혀뒀었다”라고 오래전에 완성된 노래임을 밝혔다.

이어 “나중에 독립해 노라조 프로덕션을 만들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고 해서 발표하려고 했는데, 제목이 ‘니 팔자야’다 보니 느낌이 뭔가 신년에 나와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야생마’가 먼저 나오고 이제야 발표하게 됐다”라고 ‘니 팔자야’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렇다면 문제의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영상자체는 노라조만이 할 수 있는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라고는 하지만 감독은 디지페디(동명이인이 아니다. 바로 그 디지페디다)로, 노라조는 “사실 처음 의뢰를 하고 세 가지 안이 있었는데 그중에 샴쌍둥이, 최면 등 각 안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만을 꼭 넣어달라는 부탁만 하고 전적으로 그쪽에 맡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빈은 “전부터 ‘디지페디와 같이 작업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처음 소개를 받고 아이돌이나 고급스러운 느낌만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라며 “그런데 그쪽에서 노라조와 꼭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흔쾌히 승낙을 해 금세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노라조는 “‘야생마’가 유튜브에서 (조회수가)70만 건 정도 나왔는데, ‘니 팔자야’는 200만 건을 넘었다”라며 “솔직히 우리도 놀랍다. 우리 같은 사람이 올라가는 게 신기했다”라고 ‘대박’ 심경을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본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지만 한편으로는 몇 가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종교 교주나 인도의 신 등을 패러디한 장면이 해당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반발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그것이다.

노라조 조빈, 사진|노라조프로덕션


물론 노라조는 “실제로 그런 항의를 받은 적은 없다”라고 답해 약간의 안도감을 선사했다. 이어 “‘카레’때부터 뭔가 인도의 오묘한 느낌이 우리와 잘 맞는 것 같다. 아직 인도를 직접 가보지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조빈은 “우리의 희망이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하는 로또 번호가 진짜로 1등 당첨자가 나왔으면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이 뮤직비디오가 정말로 신비한 힘을 지닌 영상으로 주목받지 않을까한다”라고 노라조다운 소망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노래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엽기 듀오’의 이미지가 강한 노라조지만 진지한 음악으로도 상당한 실력과 내공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양학선 선수의 어머니가 불러 화제가 된 ‘형’이나 11분에 달하는 엄청난 런닝타임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작 ‘가이아’ 같은 곡은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것이다.

이에 노라조는 “노라조 엑스포라는 팀을 준비 중에 있다. 박람회처럼 씬을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음악을 선보이는 게 이 팀의 목표다”라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국내 인디 가수들을 모아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 우리의 작은 소망이다”라고 작지만 큰 소망을 밝혔다.

물론 노라조 특유의 유머코드와 파격 역시 이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조빈의 솔로앨범을 먼저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조빈은 “나도 나름대로 솔로앨범을 준비 중인데, 좀 특이하게 매달 ‘앨범’을 발표하는 방식을 생각중이다. 매달 싱글을 발표한 경우는 많았지만 정규 앨범자체를 매달 발표한 경우는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앨범은 명상음악이 될 것 같다. ‘명상음악’이라는 형식을 빌려 노라조스러운 가사를 더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빈의 솔로앨범 ‘명상음악’은 이미 대중들에게 살짝 공개된 상태이다. ‘니 팔자야’의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최면음악이 바로 ‘명상음악’에 수록될 노래이다.

조빈은 “반응이 좋으면 시리즈로 쭉 나올 예정이다”라고 덧붙여 묘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여기에 노라조 정규 6집 역시 올해 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올 한 해 쉴 틈 없는 활동을 예고했다.

그동안 뜸했던 방송출연도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중에 있다. 실제 노라조는 23일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의 녹화에 참여해 다시 한 번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노라조는 “10년간 이상한 짓을 해온 게 노라조가 진지하면 신기해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우리도 사람인데 중간 중간 멋있는 걸 하자고 하고 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글로만 볼 때는 피부로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 만나서 이야기해 본 노라조는 정말 무대에서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점잖고 진지한 성격을 보여줬다. 이런 노라조인만큼 이들의 목표 역시 남다른 데가 있었다.

노라조는 “지금 목표는 유튜브 조회수에서 좋은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보통 이런 엽기나 개그 콘셉트는 뭔가 딱 봐도 웃길 것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우리 같은 콘셉트는 거의 없다”라며 “우리가 좀 더 가보지 못한 곳까지 가는 기적이 필요하다. 그러면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기왕 시작된 김에 꺼지지 않는 불로 은근히 이어졌으면 한다”라고 자신들의 콘셉트가 하나의 ‘노라조 장르’로 자리잡기를 기원했다.

노라조 이혁, 사진|노라조프로덕션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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