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카드 도입’ 득보다 실…불법도박 근절이 우선

입력 2015-03-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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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30일 ‘2018년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합법사행산업 관련업계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경마·경륜 등은 물론 스포츠토토 등 합법사행산업을 이용할 때 신상정보가 입력된 전자카드를 사용해야만 한다. 스포츠동아DB

下 ‘전자카드 도입’은 해법이 아니다!

최근 현역 프로선수를 상대로 하지도 않은 불법스포츠도박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한 전직 프로선수가 경찰에 구속됐다. 일각에선 한동안 국내 프로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승부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시선은 국내 불법(스포츠)도박 규모가 워낙 크고, 방대하게 퍼져있는 데 기인한다. 스포츠동아는 이에 상·하로 나눠 불법도박의 실상을 짚어보고,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고 오히려 불법도박을 부추길 수 있는 ‘전자카드제’에 대해 논의해본다. <편집자 주>


“전자카드 쓰느니 불법도박” 일부 반발 속
인권위도 ‘인권침해 소지 있다’ 공식 표명
합법산업 위축…심각한 세수부족 우려도
“규제보다 불법도박 근절 시급” 한 목소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위원장 이병진·사감위)가 30일 ‘2018년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에 대해 재논의한다. 사감위는 2월 23일 ‘스포츠베팅산업 전자카드 시행기본방침 및 2015년 확대시행’을 골자로 한 권고안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당초 2018년 전면 시행안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론을 유보했다. 사감위가 다시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전자카드제란?

전자카드제는 경마·경륜·경정·카지노·복권은 물론 프로스포츠를 대상으로 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 모든 합법사행산업을 이용할 때 개인의 신상정보가 입력된 카드에 금액을 충전한 뒤 사용토록 하는 제도다. 사감위는 지난해 11월 17일 국무총리 주재 관계 장관회의에서 ‘2018년 전자카드제 전면 실시’를 목표로 단계적 확대를 결정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2018년 전면 시행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위원장 이하 정부위원·민간위원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 사감위 내부적으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정도로 적잖은 문제 요소를 안고 있다.


● 합법산업 규제? 불법도박 근절이 먼저다!

전자카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주된 논리는 도박중독자의 중복구매를 방지하고, 사행산업의 건전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침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제10차 상임위원회에서 이용자의 지정맥(손가락 정맥)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전자카드제와 관련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연쇄 위기에 따른 심각한 세수 부족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 된다. 그동안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행산업을 즐기던 사용자들이 카드 발급의 불편함과 발매처리 지연 등이 겹치게 되면, 상대적으로 훨씬 접근이 쉽고 사행성 또한 큰 불법도박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2013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이 전자카드 도입 효과에 대한 연구용역을 한 결과, 스포츠토토 이용고객 중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차라리 불법도박사이트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38.44%에 달했을 정도다.

매출총량 규제와 영업장수 규제 등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불법도박시장규모(2008년 53조원→2012년 75조원)만 키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전자카드제가 전면 시행되면 불법도박 규모가 2012년 기준보다 훨씬 커질 것이란 예측 조사도 있다. 합법사행산업 규모가 줄고 불법도박규모가 커지면 세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스포츠토토에 의존하는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에도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관련 업계에선 정부가 전자카드 도입에 힘을 쓰는 것보다 불법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선 불법도박 근절을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원을 확충하고, 그보다 먼저 현재 해당업무에 종사중인 이들이 ‘한직으로 물러났다’는 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란 얘기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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