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거짓말’이 아니다. 막내 구단 OK저축은행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8연패를 노리던 ‘거함’ 삼성화재를 무너뜨리고 3전승으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창단 2년차 막내 OK저축은행이 실업배구시절까지 포함해 통산 16번 우승을 차지하고 8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삼성화재를 정상에서 끌어내렸다.
4월 1일 만우절에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4∼2015 V리그’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 3차전에서 파죽지세의 OK저축은행이 정규리그 1위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1(25-19 25-19 11-25 25-23)로 누르고 3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화재가 챔프전에서 3연패한 것은 2006∼2007시즌 현대캐피탈과의 챔프전 이후 처음이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제자이자, 사령탑 2년차인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의 완승이었다. 최우수선수(MVP)는 플레이오프부터 빼어난 활약을 펼쳐온 OK저축은행 송명근(기자단 투표 총 28표 중 16표 획득)에게 돌아갔다.
신 감독은 경기 전 “안타까울 정도로 우리 리듬을 못 찾고 있다. 한 세트만 따내면 리듬이 돌아올 것 같은데, 선수들도 알지만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를 잘하고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자. 지더라도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하자. 우리 삼성화재는 그 정도 자격은 있는 팀이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반면 김 감독은 “그동안 우리가 잘한 것보다는 상대가 제 페이스가 아니었다. 우리는 평소대로 한다. 차분하게 상대의 범실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23개의 범실을 한 삼성화재의 틈을 파고들었다. 첫 세트. 두 팀의 기세가 팽팽했다. 6-6에서 ‘송명근 타임’이 나왔다. 2연속 서브 등으로 연속 4득점했다. 그때까지 무득점이었던 삼성화재 레오가 첫 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청심환을 먹는다는 삼성화재의 리시브는 여전히 흔들렸고, 6개의 블로킹을 맞았다.
1세트 4개의 블로킹을 당한 레오가 계속 영점을 잡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 서브범실이 나왔다. 2세트에도 8-6, 16-12로 OK저축은행이 흐름을 이어갔다. 송명근의 확률 높은 공격이 꾸준히 터졌고, 삼성화재는 따라가려고 할 때마다 리시브 불안에 이은 상대의 블로킹에 발목을 잡혔다. 삼성화재는 17-19까지 따라붙었으나 OK저축은행은 추격을 뿌리쳤다.
벼랑에 선 삼성화재는 3세트 25-11로 이겨 자존심을 세웠지만 너무 늦었다. OK저축은행은 4세트 23-22에서 박원빈이 레오를 막아내며 매치포인트를 만든 뒤 24-23에서 레오의 서브 범실로 기적을 완성했다.
안산|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