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최희섭 수비 여부 따라 외야백업은 좋은 그림
2루수 출전은 최용규 외에 대안 없는 플랜B
“상황에 따라 2루수와 좌익수로 출전할 수 있다.”
KIA의 외국인타자 브렛 필(31)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17일 광주 넥센전까지 선발출전한 14경기에서 13차례 1루수로 출전했지만, 팀의 요청에 언제든지 다른 포지션 출전에도 OK 사인을 낼 수 있다. 작년 가끔씩 출전했던 좌익수는 물론이고, 2루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좌익수로 각각 1차례 선발출전과 경기 중 포지션 변경도 했다. 3월 22일 수원 kt와의 시범경기에서 2루수로 선발출전하기도 했다.
포지션 변경은 필에게 희생 아닌 희생을 요구한다. 익숙한 포지션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게 선수로서는 가장 좋은 일. 하지만 팀을 위해선 헌신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는 각오다.
KIA는 현재 100%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외야수 신종길이 3월 22일 수원 kt전에서 앤디 시스코의 공에 어깨를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5월 복귀가 예정돼 있어 주전 중견수의 결장이 최소 1개월 이상 길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외야수 김원섭은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며 2군으로 내려갔다. 수비보다 타격에 소질 있는 나지완이 지명타자가 아닌 외야수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체력부담이 있다. 최희섭이 1루수 미트를 낄 수 있다면 필이 외야 백업으로 나갈 수 있다. 가장 좋은 그림이다.
반면 2루수 장갑은 플랜B의 성격이 강하다. 최용규는 올 시즌 주전 2루수를 차지했지만 2008년 KIA 입단 후 단 한 차례도 풀타임 시즌 경험이 없다. 2009년 51경기가 개인 한 시즌 최다경기 출장 기록. 체력 소모가 많은 센터라인의 내야수인 만큼 언제든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 플랜B를 준비해 놓고 있어야 한다. 김 감독도 “최용규가 지금까지 훌륭하게 잘 해주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 버텨줄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마땅한 백업이 없는 상황에서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필이 2루수를 상당 부분 맡아줘야 한다는 계산. 백업으로 최병연이 버티고 있지만 타격이 떨어진다.
하지만 필의 2루수 전향은 공수 모두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최용규가 끝까지 활약해주는 것만큼 좋은 그림은 없다. 다행스럽게도 1루수와 외야수만큼은 아니어도, 필은 2루수 경험이 없지 않다. 2011년 트리플A에서 2루수로 57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2루수 필’은 KIA 입장에서 썩 달갑지 않은 그림인 것만은 확실하다.
광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