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만나다⑥] 타이미 “알고 보면 푼수…졸리브이 미운정 들어”

입력 2015-04-21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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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가요계에서 힙합은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이 방송되는 날이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힙합 가수들이 싹쓸이하며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도 힙합 가수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힙합을 지향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덩치키우기를 넘어 질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한국 힙합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이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언더와 오버의 다양한 뮤지션을 ‘힙합을 만나다’ 코너를 통해 만나보자>>

○ 과거 ‘이바아’에 대한 미련 없다
○ 졸리브이와의 대결 “원수 한 명이 사라진 느낌”
○ ‘캣맘’, ‘미술학원’, ‘교회누나’ 무한 반전매력


래퍼 타이미는 ‘언프리티랩스타’에서 강인한 면모를 선보이며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거침없는 표현력과 뺴어난 가사전달력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방송에서 보여준 설전에 가까운 디스전은 ‘힙합 여전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타이미는 달랐다.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독기 가득한 디스랩을 쏟아내던 모습과 달리 활발하고 털털한 모습이었다. 특유의 유쾌함으로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의 성격은 의아함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제가 원래 좀 허당 캐릭터예요. 원래 재밌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일부러 악플도 들어가서 찾아보고 일부러 합성한 것 가져다 SNS에 올리기도 해요. 지난 만우절에는 팬 카페 문 닫는다는 장난에 속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팬들에게 새 앨범에 ‘헬머니’ 김수미 선생님이 피처링 해 준다’고 역공을 펼친 적도 있었어요. 실제로 해보면 어떨까요?(웃음)”


○ 과거 ‘이바아’에 대한 미련 없다

타이미는 지난 2009년 래퍼 이비아로 데뷔했다. 당시 신선한 가사와 독특한 스타일로 ‘여자 아웃사이더’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과거 이비아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그래도 좋은 추억인 것 같아요. 여자 아웃사이더로 랩도 빨리 했었던 것도 제 과거의 예쁜 모습이니까요. 데뷔 때에 비해 지금은 음악적인 색채가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도 팬들은 제가 어떤 음악을 해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 이야기를 좋아해주시는 팬 분들이 있어서 항상 힘이 됩니다.”

방송의 힘이 참 무섭다.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랩스타’를 통해 팬이 늘어났다. 300명에 불과하던 팬카페 인원도 어느새 1500명을 넘어섰다.

“일찍 안 떨어졌으면 더 많이 늘어났을 텐데 아쉬워요.(웃음). 아직 공식 팬미팅을 한 적은 없지만 팬들이 있는 채팅방에 게릴라로 들어가서 잠깐 이야기 한 적은 있어요. 팬레터만 받아도 좋은데 정성어린 선물을 보내주시면 정말 행복해요. 팬카페 이름도 참 맘에 들어요. 제 이름을 따서 ‘타이밍(타이미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지었더라고요.”


○ 졸리브이와의 대결 “원수 한 명이 사라진 느낌”


타이미는 방송에서 어마 무시한 이미지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극한 구도로 치달았던 졸리브이와의 대결은 많은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평소에는 정말 욕을 안 해요. 원래는 안 그런데 방송 때는 캐릭터에 몰입했어요. 랩을 하는 입장에서 푼수 같은 모습은 보이면 안 된다 생각했어요. 졸리브이도 마찬가지였어요. 방송 전에는 꼴도 보기 싫었고 방송하면서도 불편했어요. 그래도 방송을 하면서 미운정이 든 것 같아요.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사이가 나아졌어요. 원수 한 명이 없어진 느낌이랄까요?”

‘언프리티랩스타’는 타이미에게 호적수를 만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침체기 속에서 방송 출연은 피하려 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아웃사이더 오빠뿐 아니라 이사님과 식구들이랑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워낙 ‘쇼미더머니’에 대한 충격이 커서 ‘내가 준비가 되어있나’, ‘랩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슈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죠. 출연제의를 받고 한 달 동안 고민하다 촬영 직전에 결정했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 ‘캣맘’, ‘미술학원’, ‘교회누나’ 무한 반전매력


래퍼 타이미를 수식하는 키워드는 ‘캣맘’, ‘미술학원’, ‘교회누나’, ‘LG트윈스 팬’ 등 의외로 다양하다. 디지털 콘텐츠를 전공한 타이미는 한때 마이크 대신 붓을 손에 든 적도 있었다.

“미술학원 기획 팀에서 전체적인 사무와 디자인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일을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원장님이 좋아해주셨어요. 3년 전부터는 길냥이들을 돌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제가 오히려 힐링을 받게 되네요. TV에서는 맨날 싸우는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이런 제 모습이 색다르고 신기하신가 봐요.”

아직 타이미는 팬들에게 보여줄 것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오는 25일 ‘언프리티랩스타’ 출연진들과 함께 하는 콘서트를 시작으로 5월에는 새로운 앨범으로 컴백을 준비 중이다.

“새 앨범 작업은 한 60% 정도 된 것 같아요. 원래는 한곡 가볍게 내려고 했는데 방송이 일단 너무 잘되기도 했고 좋은 기회라 생각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넣다보니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더욱 잘하려는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다보니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래퍼니까 음악으로 보여드려야죠.”

음악적인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재미난 답변이 나왔다. 타이미에 딱 걸 맞는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뮤지션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

“먼저 양동근 선배님이 정말 멋져요. 넉살 좋으면서도 특색 있는 랩을 보면 정말 매력 있어요. 또 음악적으로는 DJ D.O.C 오빠들을 좋아해요. 누구든지 상관안하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하는 ‘한국의 갱스터’ 같은 모습이 멋있어요. 예전에 오빠들이 행사를 같이 한적 있었는데 제 무대를 보시고 칭찬해 주셨어요. 언젠가 꼭 같이 작업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타이미에게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에 출연제의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앞서 타이미는 방송을 통해 “시즌2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헌해왔다.

“시즌2에는 나가기 싫다고 하긴 했는데 참가자들을 도와주는 입장으로는 나가고 싶어요. 팀을 나눠 멘토라든지 무대에 함께 서는 게스트 같은 도우미 역할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앞으로 반전 매력이 있는 래퍼가 되고 싶어요. 음악 할 때는 카리스마 있고 평소에는 옆집 언니 같은 반전 매력을 지닌 래퍼요. 앞으로도 잊지 말고 지켜봐주세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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