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기적인 남자’ 장현승 “현아·승언? 난 ‘내가’ 좋아”

입력 2015-05-14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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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승,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 중에서 유독 말이 적고 조용한 멤버’

인터뷰나 음악방송 등에서 가끔 비스트와 만날 때면 장현승이 뭔가 나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은 극히 보기 드문 장면으로, 비스트를 오랫동안 봐온 팬들 역시 장현승에 대해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없는 장현승이 먼저 회사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아무리 자신의 첫 솔로 앨범 ‘MY’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상당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라는 의문보다 ‘과연 정해진 시간동안 충분한 분량의 말을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실제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인터뷰 시작 전 “현승이가 말을 잘하지 못한다”라며 거듭 양해를 구했고, 인터뷰가 끝난 후 “현승이가 혼자서 인터뷰 시간 한 시간을 채웠다는 것이 뿌듯하다”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소감을 남기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다.

물론 걱정과는 다르게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인터뷰 중간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느라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는 여타 가수들 인터뷰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들이 종종 연출되기도 했으나, 질문 하나 하나를 섬세하고 진실하게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기자들의 호감을 사기 충분했다.

거기다 조용하고 진지한 줄만 알았던 모습과 달리 다소 엉뚱하고, 허당끼 있는 장현승의 모습은 묘한 재미마저 선사했다.

이런 엉뚱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은 솔로앨범의 타이틀곡 ‘니가 처음이야’ 뮤직비디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스트와 트러블메이커에서 화려하고 멋진 퍼포머로서의 모습을 보여 왔던 장현승은 ‘니가 처음이야’에서는 섹시하지만 다소 허술하고 귀여운 작업남으로 등장해 도도한 미녀 황승언과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형성하고 있다.

장현승은 “솔로에서는 귀엽고 꾸러기 같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대놓고 섹시보다 힘을 풀고 싶었다”라며 “그게 나름대로 섹시하게 봐주면 좋은 거지만 스스로 섹시하다고 메이킹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비스트 홈페이지에서 나를 좋아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종종 보면 평소에도 섹시보다 귀엽다는 반응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니가 처음이야’의 무대는 평소 장현승의 무대 모습보다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워진 느낌이 부쩍 늘었다.

장현승,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이에 장현승은 “비스트로 사랑을 받지만 이번앨범으로 부족했던 2%의 갈증과 욕심이 해소된 거 같다”며 “원래 무대 욕심 많은 편인데, 무대에 올라가면 ‘다 눌러버리겠다’, ‘다리가 부러져도 압도 하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욕심을 덜고 편하게 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서도 조금만 릴렉스 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컴백 음악방송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번 주는 더 여유 있게 하려고 한다”라고 무대를 편하게 즐기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을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장현승의 무대 위 긴장감은 줄었지만 화려함은 오히려 더해졌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묻자 의외로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현승은 “더 많이 할 수 있었는데, (브레이킹 타임은)연습이 아니라 필로 하는 거라 적당히 했다”라며 “칼 같이 맞추는 춤이 아니라 적당히 여유부리면서 즉흥적인 필이 나올 수 있도록 한다. 그러다보니 출 때마다 계속 동작이 바뀐다”라고 ‘니가 처음이야’무대의 특징을 밝혔다.

매번 바뀌는 안무 때문에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장현승은 “첫 방송 리허설 때 방송사에서 혼났다. 처음에 안무영상을 보내고, 카메라가 여기에 맞춰져 짜여있는데 동작이 달라지니 틀어진 거다. 방송사에서 안무가 달라졌다고 하니까 ‘아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 몰랐다 죄송하다’고 했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장현승은 퍼포먼스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앨범의 거의 모든 부분에 참여하며 자그마한 부분까지 세밀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장현승은 “앨범 전체적인 구성과 재킷 스타일링, 뮤직비디오 연출 등에 참여를 하고 신경을 썼다. 일단은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봤는데 나도 엄마라는 여자에게 태어난 사람이라 여자에게 어떤 선물을 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앨범 타이틀을 여자다운 걸 하려했고, 재킷 사진과 뮤직비디오 콘티, 앨범 케이스, 콘셉트 하나까지 피곤해 할 정도로 회사분들과 이야기 했다”라고 세심한 배려가 들어간 앨범임을 설명했다.

더불어 장현승은 “첫 솔로앨범이니 회사도 맘에 들고 나도 맘에 들면 좋지 않나”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덧붙여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It's Me’는 나를 어필하는 노래 제목이긴 하지만 ‘니가 처음이야’, ‘걔랑 헤어져’, ‘야한농담’, ‘나와’, ‘사랑한다고’ 가사들이 취향의 차이는 있어도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쓴 거 같다. 다가가기 쉽게 일부러 비틀지 않고 일차원적인 가사를 많이 썼다”라고 덧붙였다.

장현승은 자신의 솔로 앨범을 두고 여자를 위해 만든 앨범이라고 했지만, 사실 ‘장현승’이라고 하면 남자들에게도 많은 주목(혹은 부러움)을 받는 가수로 유명하다.

트러블메이커에서 뭇 남성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현아의 남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번 ‘니가 처음이야’ 뮤직비디오에서는 최근 각광받는 섹시 배우 황승언과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구해도 여러 번 구한 위인의 환생이 아닐지 의심이 갈 정도로 많은 남성들의 부러움 어린 시선을 받는 장현승이지만, 정작 본인은 현아와 황승언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장현승,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장현승이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은 ‘자기 자신’이다.

장현승은 “내가 정말 감수성이 없다. 솔직히 노래 부를 때 ‘니가 처음이야’를 부를 때도 어떤 여자가 설레는 기분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약간 이런 각도가 카메라가 예쁘게 나올 거야’ 그런 생각을 한다”라고 털어놔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내가 약간 이기적이다. (무대에서) 내 생각을 한다. 노래만 잔잔하게 부를 때도 목소리나 느낌같은 걸 신경 쓰고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한다. 트러블메이커 할 때도 ‘이 여자 아니면 안 돼’라고 몰입해 현아랑 사고라도 칠 거 같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 잘 보일 거 같아’하는 욕심이 있다”라고 지금까지 무대에선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모습만 생각해 왔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곧 “이제 그런 욕심을 내려놓으려 한다. 다음번에 트러블메이커가 나오면 더 여유롭게 현아를 대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보는 사람입장에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를 약속을 남겼다.

또한 현아와 황승언 중 누가 좋냐는 유치한 질문에도 장현승은 “그 두 분과 함께 한 내가 좋다.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역시나 자기애가 투철한 이기적인 남자의 모습을 보였다.

장현승의 이런 남다른 이기심은 음악적으로도 유효하다. 첫 솔로앨범에 나름대로 만족감을 드러낸 장현승은 “만약에 다음 앨범이 나오면 장르적으로 힙합 R&B가 주가 되겠지만 유럽에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 쪽으로도 도전할 거 같다”며 다음 솔로까지 구상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어 한참 동안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던 장현승은 “다음에는 ‘나를 위한 앨범’을 내고 싶다고 말하려했는데 이번 앨범도 따지고 보면 나를 위한 앨범이다. 그냥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 사랑받는 대중가수로서의 꿈을 숨기지 않았다.

끝으로 장현승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내가 이것 말고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고, 나이가 서른에 가까워지면서 현실감이 들었다. 내가 노래와 춤 말고 많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했는데 지인들이 ‘누구나 마찬가지다. 작곡가가 작곡을 그만두면 생계유지를 못하는 것처럼 너도 노래와 춤을 계속 해야한다’고 하더라”라며 “내가 내린 결론은 서른이 넘어도 노래와 춤을 췄을 때 사랑받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노래와 춤으로 언제까지 먹고 살수 없어서 어쩔수 없이 연기로 빠지고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서도 앨범을 만들고 공연도 하고, 또 사람들이 이걸 들어주고 찾아와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라고 멋진 욕심을 덧붙였다.

장현승,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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