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구심은 방망이 끝에 공이 맞았다고 보고 파울을 선언했다. 임재철은 손등에 맞았다고 어필하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몇 마디 항의도 소용은 없었다. 임재철은 이내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려 보이며 덕아웃에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손등에 맞았다고 하소연했으나 역시 소득은 없었고, 그 대신 합의판정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장내 아나운서의 ‘합의판정 요청 중’이라는 친절한 안내 메시지가 곁들여졌다.
‘노련한’ 임재철은 몸에 맞았다고 확신했다. 이 감독이 전 주심에게 항의하던 도중 어느새 팔과 다리에 두르고 있던 보호구를 모두 벗어던졌다. 방망이도 멀찍이 덕아웃으로 던져버렸다. 전 구심이 합의판정을 위해 심판실로 들어간 사이, 임재철은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1루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이마저 무위가 됐다. 심판이 다시 임재철을 타석으로 불렀다. 그리고 합의판정 결과 파울 판정이 맞는 것으로 선언됐다. 임재철은 한동안 타석 주위에서 얼어붙은 채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기타석에 있던 문규현이 가져다준 보호구를 조용히 찼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결과는 아쉬운 2루수 땅볼. 어떻게든 살아나가려는 베테랑의 투혼이 빛났지만, 정훈도 2루에 묶인 채 아웃카운트 하나만 허비됐다.
수원|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