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SK 시스템 야구에서 빚어진 ‘145구 혹사’

입력 2015-05-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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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SK에 박규민이라는 우완투수가 있다. 광주 동성고를 졸업한 이제 갓 20살 된 고졸 2년차인 투수다. 박규민은 21일 화성 히어로즈와의 퓨처스게임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던져 패전투수가 됐다. 문제는 박규민의 투구수다. 그의 투구수는 무려 145구였다. 한화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시스템 야구’를 야구단 브랜드로 추구하는 SK에서 빚어진 일이다. 145구를 1경기에서 던지게 한 것은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혹사’다.

SK 관계자는 22일 박규민의 145구 투구에 대해 “2군에 투수가 없어서 빚어진 일이다. 투구수에 대해서는 교육적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선수도 많이 던지는 것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투수 1명에게 뙤약볕에서 치러지는 1경기에 145구를 던지게 해서 무슨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선수가 동의했다는 말도 폭력적이다. 무명의 고졸 2년차 투수가 ‘힘들어서 못 던지겠다’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시스템 야구를 널리 표방하는 SK라면 애당초 2군에 저렇게 투수가 빈곤하게 만든 시스템부터 반성해야 될 일이다. SK 김용희 감독은 철저하게 투구수를 관리해주는 것으로 야구계에서 철학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그의 팀에서, 그의 직할 관리 하에 있는 2군에서 145구를 던지는 사태가 빚어졌다. 퓨처스 팀은 SK 세이케 2군 감독의 관할영역이라고 넘어갈 일인가. 그렇다면 SK는 1군과 2군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공 100개만 던져도 바로 바꿔주는 팀에서 힘없고 무명인 투수는 145구를 던져도 되는 그 근거가 궁금하다. ‘벌투를 시켰다’는 해석이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 2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SK 김용희 감독이 어떤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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