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다 “S.E.S부터 바다로 서기까지, ‘실패’가 없었다면 불가능”

입력 2015-05-29 0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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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바다컬쳐스케이프

‘열정 빼면 시체.’ 가수이자 뮤지컬배우 바다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 ‘정(情)’이란 단어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감자 스프를 나눠먹으며 함께 한 바다와의 인터뷰는 인터뷰가 아닌 ‘인생 상담’이었다고나 할까. 말 한마디에 진심과 따뜻함이 묻어나와 하마터면 그를 “언니”라 부르는 실수를 저지를 뻔 했을 정도니까. 그런 그가 이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나누고자 한다.

이달 30일부터 3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더 오션(The Ocean)-챌린지 오브 퍼스트 레이디’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콘서트를 여는 바다를 만났다. 6년 만에 콘서트다. 주제는 ‘인생을 바꾸는 콘서트’이다. 어찌 보면 주제가 거창하다. 그런데 정작 콘서트를 시작한 계기는 소박하다. 그의 일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로 이 콘서트가 시작됐다.

“요즘 보면 사회가 사람들의 가치를 낮추는 게 당연시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농담 삼아 스스로를 ‘난 루저(Looser)야’,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실패의 과정 속에 사는 사람들인데 마치 인생을 다 산 듯 말하니까 안타까워요. 내 인생의 팬은 내가 돼야하는데 안티팬이 되고 있으니 말이죠.”

어떻게 들으면 성공한 자의 여유 있는 말 같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바다는 90년대 최고 걸 그룹인 S.E.S였고 지금도 여전히 뛰어난 가창력으로 ‘디바’라고 칭송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나는 누구보다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이라고 묵묵히 말했다.

“S.E.S.이후 솔로 활동을 시작하고 1집 외에는 잘 된 게 없어요. 물론 절망도 했죠.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실패가 지금의 제 자신을 만든 것 같아요. 지금 제가 필요한 것들은 그때 실패해서 얻은 것들이 많거든요. 저는 ‘실패’를 ‘신비의 알’이라고 생각해요. 깨보지 않으면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게 꽝이든, 행운이든.”

20대 시절부터 연예계로 뛰어든 바다는 이제 어엿한 대선배다. 그래서 어린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당시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그는 “그때는 뭐가 그렇게 두렵고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했는데 지금 후배들이 그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에 종종 자신을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후배에게 과감 없이 고꾸라져 보라고 말한다. 바다는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좌절이나 낙담을 실컷 해보라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독수리처럼 뛰어내려야 한다. 그래야 날갯짓도 배우고 점점 오를 수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말했다.

“실패를 해봤다는 건 그 만큼 도전을 했다는 거잖아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경험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거예요. 저 역시 순탄하게 살아왔더라면 S.E.S.도 가수 바다도 없었을 거예요.”

사진제공|바다컬쳐스케이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바다의 힘들었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바다가 초등학교 때 잘 살았던 집안이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늘 친구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사줬던 바다는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고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육상부에서 달리기를 했고 합창부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바다는 ‘내가 돈이 없어도 친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있구나!’를 깨달았다. 그는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었을 뿐인데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면 친구들이 좋아했다”며 “그 때부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기억은 이렇다. 연이은 앨범 판매 실패에 3년 내내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노래 가사를 잊어버리거나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등 나쁜 꿈을 많이 꿨다. 그러다보니 잠도 못 이루게 되는 날도 있었다”며 “하루에도 수십 번 벼랑 끝에서 떨어지는 기분이었지만 악바리 정신이 생겼다. ‘그래, 실패해도 한 번 해보자.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어’라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힘든 와중에도 감사했던 것은 앨범 판매가 잘 안 돼도 많은 분들이 절 믿어주셨다는 거예요. 늘 방송에서 불러주시고 좋은 뮤지컬 작품도 참여했고요. 제가 포기하지 않고 늘 붙들고 있어서 그 마음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자신감도 많이 회복됐어요.”

가수 바다. 동아닷컴DB. 바다 트위터, KBS 2TV ‘불후의 명곡’ 방송 캡처.


실패를 통해 자신을 완성했다는 바다는 이제 일이 결과에 상관없이 즐겁다.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도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매너”라고 강조했다. 10년간 힐을 신고 뛰면서 수없이 빠진 발톱과 뒤틀린 발을 언급하며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나. 스스로에게도 적용된다. 무슨 일을 적당히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매너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을 때 자신에 대한 매너를 지킨 것”이라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강조했다.

한편 이번 콘서트에는 S.E.S 멤버인 슈가 참석하며 절친한 친구인 박경림도 참석한다. 이들은 ‘S.E.S 언니들이 간다’ 코너에 투입돼 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바다는 “요즘 경림 씨가 유진 목소리를 준비한다”며 “긴 생머리 가발도 준비했다. (웃음) 경림 씨의 입담이 정말 좋아서 팬들이 좋아할 것 같다”며 기대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S.E.S.를 그리워하셨던 분들이 오셔도 좋아요. 이번 콘서트는 단언컨대 인생을 바꿔 줄 공연이 돌 거예요. 농을 보태면 거의 강연 수준의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까도 생각해요. 복잡하고 듣기 힘든 게 아니라 그냥 친한 언니, 누나랑 고민 상담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제 노래 들으시고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에게 큰 에너지를 선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콘서트를 마치면 앨범 작업에 ‘올인’한다. 여름에 발매할 예정인 새 앨범도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S.E.S의 희망적이고 밝은 모습과 더불어 첫째 Sea(바다)의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바다(Sea)가 아닌 대양(Ocean)이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5~6년 만에 내는 앨범이라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들어줄지 고민하기 보다는 제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S.E.S. 때 노래했던 희망을 이야기하는 마음이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은 곡을 받고 싶어서 조금 미뤄지게 된 것 같아요. 보컬 바다로서 좋은 음악으로 팬들을 찾아봬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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